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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위암→패혈증 투병 "집안이 온통 피... 마흔 못 넘겼을수도"('4인용 식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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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밴드 부활의 김태원이 위암 당시의 심경을 고백하며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4일 방송하는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식탁(이하 4인용식탁)'에서는 전설의 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천재 뮤지션 김태원이 김종서와 이윤석, 정진운을 부활의 작업실로 초대했다.

이날 김태원은 "아들이 올해 22살이 됐다. 2005년 아들이 2살이 되던 해 받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계기로 필리핀으로 유학을 갔다"며 "드디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올해 귀국 예정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 만에 기러기 아빠에서 벗어난다"며 "같이 파티를 하고 싶었다"며 절친들과 조촐한 파티를 즐겼다.

김태원은 "아들 같은 경우는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냉정하게 말하더라. '이 아이가 자폐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고 하더라"며 "그 이후에 아들이 자라면서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리가 진다"고 했다. 그는 "필리핀에 발달 장애 시설이 좋다더라. 아들 증상이 두드러질 때였다. 아내는 말 없이 무거운 아이를 안고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일 한다는 핑계로 비겁하게. 아내는 혼자 힘들었을거다"고 했다.

김태원은 "음악 뒤에 숨었다는 것이 가장 솔직한 내 표현이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속였다. '이 음반이 중요하니까 난 음악에 몰두해야 한다'고 했지만 핑계였다"며 가족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들이 발달 장애라는 걸 2년 정도 믿지 못했다. 그건 아들의 존재를 안 믿는 것과 비슷하고 그 친구를 안 믿는다는 것은 아내를 미워한다는 거다"며 "무조건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을 외면했던 잘못을 깨닫고 아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김태원은 "아빠를 좋아한 지 한 5년 됐다. 그 전에는 나를 아빠로 생각 안 했다. 너무 곁에 없으니까"라며 "아들과 급격하게 친해지면서 나를 위해 한국말을 하려고 노력하더라. 지금 상황이 아무 멋있다. 행복하다"고 했다.

딸은 현재 미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라고. 김태원은 "딸은 아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여왕이었다. 부모 관심이 아픈 아들에게 쏠려 있을 때 홀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남아공으로 유학을 갔다"며 "이제 와서 고백하는 데 자기는 홀로 떨어져 있다는 것보다 부모님에게 자리를 버렸다는 게 더 슬펐다더라"고 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Mother'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말 못할 짓을 한거다. 너무 외로웠을거다"고 했다.

김태원은 과거 한 방송에서 진행한 건강검진 중 위암 초기 판정을 받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김태원은 "발병 하기 전 내가 몸을 너무 무리했다. '남자의 자격' 보통 12시간 찍지 않았나"며 "스트레스가 컸지만 마음은 행복하고 기쁘다. 사람들 만나면 재미있다. 근데 피로 누적과 나는 술 까지 좋아했으니까"라고 했다.

그는 "위암 진단 후 가족이 있는 필리핀으로 갔다. 아주 작은 암이 생겨서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며 아내에게 고백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태원은 "방에 혼자 있으면서 내가 죽기 미안하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왜냐면 가족이 있으니까. 남자로서 너무 비겁하더라. 죽음 조차도"라며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고 털어놨다.

다행히 수술을 끝내고 완쾌했지만 또 다시 같아온 병마. 패혈증으로 생사를 오갔던 것. 김태원은 "2006년 라디오 DJ 시절이었다. 생방송 가는 길에 코피가 나는데 안 멈추더라.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패혈증으로 인한 심한 갈증 때문에 샤워기를 입에다 대고 잠들었다"며 "그 다음날 행사가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거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스케줄 때문에 매니저가 집에 왔다가 날 발견해서 병원으로 갔다. 집 안이 온통 피 였다더라"며 "2019년 패혈증 재발이 왔고, 후유증으로 후각을 잃고 시각도 손상됐다. 내가 절대음감이다. 근데 음감을 많이 잃었다"고 털어놨다.

술을 끊은 지 5년째라는 김태원은 "의사 선생님이 '술 끊고 음악을 하시든지 돌아가시든지'라고 하더라"면서 "입원실에서 옛날에는 아내가 나를 혼내고 그런 쪽이었는데 아무 말 없이 창 밖을 바라보더라. 어깨가 흔들리는 걸 봤다. 그때 '술 끊자'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 때문에 지금까지 산거다. 아내가 없었다면 마흔도 못 넘겼을거다"며 "아내가 전체다. 존재하는 이유다"며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태원은 "아내를 처음 만난 날 결혼할 결심을 했다. 업소에서 일할 때다. 친구가 날 소개시켜 준다고 데려왔다. 만나자마자 대화해 보고 '이 여자는 내가 죽을 때까지 지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빠가 무서웠다. 오빠한테 걸릴까봐 집에 일찍 데려다 줬다. 그러다가 '부활'한다고 하니까 아내 집안에서 약간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다가 신문 1면에 대마초 사건으로 나면서 완전히 잘렸다"고 털어놨다.

김태원은 "아내가 하루도 빠짐 없이 면회를 왔다. 내가 날 끝까지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라며 "9년 연애하고 1993년에 결혼했다"고 했다.

또한 김태원은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를 직접 간호 하고 계신 어머니. 김태원은 "아버지는 어머니 밖에 모른다. 아무도 못 알아본다.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으신 지 4년 정도 됐다"며 "같이 TV를 보고 있으면 존댓말로 물어보신다"고 털어놨다. 그는 "형들은 아버지를 존경하는 걸 늘 표현 했는데 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버지가 어려웠다"며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 나쁜 곳으로 갈 수가 없는데 난 다 나쁜 곳으로 다녀오지 않았냐"고 했다.

김태원은 "정신 병원에 갔을 때도 기타만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기타가 나무니까 부러 트려서 위험하다고 하더라. 그 문제로 의사와 언쟁을 했다"며 "아버지가 '나가자, 태원아. 너 여기 있다가 더 돌겠다'고 했다. 그날 밤 아버지 서재에서 보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일기를 쓰고 주무시는 걸 알았다. 그날 일기를 발견해서 나에 대한 말을 하는 걸 보고 '실망시켜드리면 안되겠구나. 내가 잘된 아들도 아니지만 못된 아들은 되지 말자'는 생각에 끊었다"고 털어놨다.

anjee8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