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대만)=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본인이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다 아는데요. 전 전혀 걱정 안합니다."
SSG 랜더스 김광현은 지난 1일 대만 자이시 자이야구장에서 대만 프로팀 푸방 가디언즈와의 연습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연습 경기인만큼 선발 등판의 의미는 없고, 김광현이 캠프를 시작한 이후 첫 실전으로 타자들을 상대한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김광현은 이날 2이닝을 던지면서 예정됐던 투구수 40개에서 약간 못미치는 36구를 던졌고, 10명의 타자를 상대해 3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스트라이크는 23개, 볼은 13개였다. 이날 김광현은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두루 점검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를 기록했다.
김광현은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가 끝나기 직전 자체 홍백전에서도 직구 최고 구속 142km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김광현도 라이브 피칭으로 알고 있었다가 자체 홍백전 등판으로 변경된 일정이었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구속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단 자이 구장에서의 구속 측정이 정확하지 않았다. 이날 자이 구장은 SSG의 홈 구장으로 연습 경기가 치러졌는데, 프로 구단이 사용하는 구장이 아니다보니 구속 측정 자체가 신뢰성이 다소 떨어졌다. 또 마운드가 KBO리그 기준으로 많이 높아 투수들이 다소 불편해했고, 그라운드 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김광현 뿐만 아니라 이건욱도 최고 구속이 141km, 빠른볼 투수 조병현도 최고 구속이 143km 정도에 그쳤다. 구단 관계자들도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원래 측정하는 기준에서 구속이 2~3km 정도 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어차피 연습 경기 등판에서는 구속이 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낯선 환경에서 이날 상대팀인 푸방이 원정팀인데도 불구하고 관중들이 입장한 상태에서 응원단을 운영했는데, 푸방의 더그아웃 위인 1루측 응원단상이 아닌 중앙 관중석, 그러니까 홈플레이트 바로 위에서 북을 크게 두드리며 응원전을 펼쳐 다소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소리가 워낙 커서 선수들도 완전히 몰입하기 힘든 여건이었다. SSG 선수들도 감각을 체크하는데에만 집중해서 정해진 투구수대로, 원했던 방향으로 공을 던졌다.
또 2차 캠프 시작 시점에서 SSG 투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떨어져있는 상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국 인천으로, 또 하루만에 다시 대만 타이베이에서 자이까지 이동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긴 이동 거리와 교통수단 탑승은 물론이고 시차 적응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몸 상태가 완벽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코칭스태프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금 시점에서 차라리 컨디션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2차 캠프 막바지와 시범경기 초반에 다시 끌어올리는 게 개막에 맞추는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이야기 했다.
이숭용 감독도 김광현의 첫 실전 경기 내용보다, 현재까지의 준비 과정에 더 의의를 뒀다.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지금 걱정해서 될 일도 아니고, 본인이 다 준비를 했고 어떻게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투수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컨디션이 안좋다면 본인 스스로 더 준비하고 고민할 투수다. 올해 워낙 몸을 잘 만들어와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광현은 3월 WBC 대표팀 출전에 맞춰서 급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지난해보다 올해 몸을 훨씬 더 잘만들었다. 1월에 팀 후배들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했는데, 오키나와의 날씨가 워낙 좋았어서 지난해보다 더 가뿐한 몸 상태로 캠프 일정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김광현은 올해로 프로 18년차다. 아무리 준비를 잘 했다고 해도 20대 최전성기의 구속, 몸 상태가 언제까지고 유지될 수는 없다. 누구보다 김광현 본인이 그 사실을 잘 알고 거기에 대비해서 훈련을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김광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자이(대만)=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