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K리그는 '내일'이 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토너먼트는 두 경기로 운명이 결정된다. K리그에선 두 팀이 살아남았다. '현대가 라이벌' 울산 HD와 전북 현대다.
4강전에서 만나면 더 좋은 시나리오지만 8강에서 '현대가 더비'가 성사됐다. 한 팀은 4강, 다른 한 팀은 여정이 멈춘다. '180분 전쟁'이 시작된다. 2023~2024시즌 ACL 8강 1차전 무대는 '전주성'이다. 5일 오후 7시 휘슬이 울린다. 2차전은 무대를 울산으로 옮겨 12일 열린다.
2020년 이후 4년 만의 ACL 정상을 노리는 울산의 흐름이 더 눈에 띈다. 지난달 반포레 고후(일본)와의 ACL 16강전에서 2전 전승을 거뒀다. K리그1 개막전으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에서도 1대0으로 신승했다. 올해 열린 3차례 공식경기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2016년 ACL에서 우승한 전북은 포항과의 ACL 16강전에서 1승1무, K리그1 첫 경기에선 대전하나시티즌과 1대1로 비겼다. 무패 행진 중이지만 2경기 연속 무승부는 찜찜하다. ACL에서 울산과 전북의 마지막 만남은 2021년 10월 17일 전주에서 열린 8강전이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판 승부였다. 울산이 연장 전반 11분 이동경의 중거리포를 앞세워 3대2로 승리했다.
K리그1에서는 울산이 2022년 전북의 5연패 아성을 무너뜨리고 17년 만의 정상에 등극했다. 그 기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울산이 창단 후 첫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 전북과의 4차례 만남에서도 3승1패로 우세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고후와의 16강 2차전 후 "전북이 어떻게 준비를 하고 나올지 우리 모두 예측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맞춰 더 높은 준비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전을 하루 앞둔 4일 기자회견에서도 그 기세가 이어졌다. 홍 감독은 "전북도 경기력적으로 준비를 했을 것이다. 또 2년 동안 왕좌를 빼앗긴 입장이라 이 부분 역시 칼을 갈고 나올 수도 있다는 분위기는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대처를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중요한 고비에서 전북을 만나게 됐다. 양 팀 모두 같은 입장이다. 이 고비를 넘겨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준비를 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진다는 생각은 안한다. 2차전을 위해 좋은 상태로 경기를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다. 2025년부터 확대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는 클럽 월드컵은 기존 7개팀에서 32개팀으로 재편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는 4장이 배정돼 있다. 두 장은 2021년과 2022년 ACL 우승팀인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우라와 레즈(일본)에 돌아갔다. 남은 두 장의 티켓은 이번 시즌 ACL 결과에 달려있다. 우승팀과 4년간 ACL 성적을 바탕으로 매긴 '연맹 랭킹'에서 우승팀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팀이 남은 티켓을 가져간다.
클럽 월드컵 티켓을 확보한 알힐랄이 현재 1위, 전북이 2위(79점), 울산이 3위(71점)에 위치했다. 전북이 울산에 승점에서 8점 앞서 있지만, 승리 시 3점, 무승부 시 1점, 그리고 다음 라운드 진출에 3점을 주기 때문에 이번 8강전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는 바뀔 수 있다.
홍 감독은 "세계 각국 클럽들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전북보다는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건 맞지만 티켓을 따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내일 경기가 중요하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원조 황태자' 김민우는 "전북을 만나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 클럽 월드컵 출전 기회가 생기면 영광"이라고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