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내가 클린스만을 선임한다고? 그 전에 세상이 끝났을걸?"
미하엘 프리츠 뒤스부르크 단장은 여전히 위르겐 클린스만에 치를 떨었다. 프리츠 단장은 선수로, 감독으로, 단장으로 무려 25년간 헤르타 베를린에 있었다. 그의 커리어 사상 최고 오점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었다. 프리츠 단장은 2019년 당시 미국 대표팀에서 물러난 후 쉬고 있던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왔다. 굴곡이 있긴 했지만, 독일과 미국 대표팀,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클린스만 감독이 헤르타 베를린에 영광을 가져올거라 믿었다. 무려 8000만유로를 투자하며 그를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거하게 뒤통수를 쳤다. 2020년 2월 개인 SNS를 통해 예고도 없이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헤르타 베를린 구단은 난리가 났다. 구단 관계자들 역시 뉴스를 보고 사퇴사실을 알았으니 말 다했다.
이를 지켜본 프리츠 단장이 클린스만 감독을 좋게 볼리가 없다. 2021년 1월 헤르타 베를린을 나와 3년간 휴식을 취하고 뒤스부르크로 복귀한 프리츠 단장은 3일(한국시각) 빌트와의 인터뷰에 나섰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후 감독 시장에 돌아왔다. 그를 뒤스부르크로 데려오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는 질문에 "그 전에 세상이 끝나야 한다"고 웃었다. 이어 "내가 헤르타 베를린에 재임하는 동안 만난 감독들 중, 클린스만 감독은 가장 큰 실망이었다. 클린스만의 전설적인 사퇴 후, 나는 그와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바꿀 필요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프리츠 단장 뿐만이 아니다. 한국 팬들 역시 클린스만을 증오하고 있다. 그는 1년도 되지 않아 전격 경질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원 회의를 통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다. 종합적 검토 끝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기로 했다. 대표팀 감독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끝까지 한국 축구에 '무례'했다. 무전술로 일관한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논란이 됐던 미국 자택 장기체류, 화상회의, 이상한 미소로 '4차원'의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온화한 리더였다. 전술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많았지만, 리더십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요르단과의 4강 직전 손흥민과 이강인의 '탁구 사건'으로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리더십도 낙제점을 받았다. 결국 역대 최악의 A대표팀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마지막까지, 그는 한국 축구에 존중을 보여주지 않았다. 끝까지 무례했다. 그는 아시안컵 4강 탈락이 확정된 뒤 사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국으로 돌아가 철저하게 이번 대회 나타났던 약점을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귀국 이틀 만에 미국 자택으로 돌아갔다.
지난 15일 국가대표 강화위원회 회의도 역시 '화상'으로 참여했다. 전혀 반성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 회의에서 그는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무전술'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단의 불화가 이번 대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책임에 대해 선수의 탓으로 돌리는 '옹졸'한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개전의 정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SNS로 작별 인사를 했다. 헤르타 베를린에서 부임 2개월 만에 '감독직을 그만둔다'고 화상으로 통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무패 행진과 함께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한국 축구와 '손절'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팔로우를 끊어 버렸다. 그는 끝까지 '클린스만'했다. 마지막까지 화상회의를 했고, '쿨'하게 자화자찬을 한 뒤 한국 축구에 무례함을 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