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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이름 넣었는데…" 감독, 코치들은 왜 110번째 신인을 안타까워 했을까[SC캠프 in 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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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대만)=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10번째. 전체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지명된 신인. 하지만 감독, 코치들이 그 신인의 불참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2024년도 신인 드래프트 11라운드, 전체 110순위. KBO리그 10개 구단으로부터 지명받은 110명의 선수 중 가장 마지막 순서. SSG 랜더스가 지명한 충암고 우완 투수 변건우였다. 고교 시절에도 촉망받는 투수였지만, 예상보다 지명 순위가 크게 밀렸다.

이유가 있었다. 2학년때까지도 팀내 주전 투수로 활약했고, 최고 구속 140km 이상을 던졌다. 하지만 2학년에서 3학년에 올라가던 시기에 입스가 왔다. 구속이 뚝 떨어지고 '공이 안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앞둔 3학년초에 찾아온 엄청난 고난이었다. 2학년때까지는 "드래프트에 나오면 무조건 상위 지명"이라며 변건우를 눈여겨 보던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도 관심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가 109번까지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던 이유다.

마지막 11라운드 지명을 앞두고 아직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의 명단을 살펴보던 SSG 스카우트팀은 변건우의 이름을 보고 화색이 돌았다는 후문이다. "변건우가 아직 뽑히지 않았다면 무조건 우리가 뽑자"는 결단을 내렸다. 그가 극적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계기였다.

그런데 반전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3학년 후반기부터 조금씩 살아나며 예전 기량을 되찾기 시작한 변건우는 SSG 입단 이후 강화 퓨처스필드에서 진행된 신인 훈련때도 가장 돋보인 투수였다. 손시헌 2군 감독도 대만 스프링캠프 명단을 짤때, 투수 중에 가장 먼저 이름을 넣은 선수가 바로 변건우였다고 밝혔다. 그만큼 페이스가 가장 좋고 열심히 훈련했다. 그냥 '한번 보자'고 해서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니었다. 2군 캠프 명단에 들어가는 것은 1군 캠프 명단에 뽑히는 것보다 더 어렵다. 1군에서 1차 캠프가 끝난 후 2군 캠프로 이동하는 선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2군 캠프 명단은 포지션별 3~4자리 이내에서 결정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라운드가 아닌 11라운드 지명 신인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그냥 가능성만 보는 게 아니라, 지난 겨울 훈련때 확실한 장점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하지만 운이 없었다. 겨우내 강화에서 훈련을 열심히 했던 변건우는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팔꿈치 인대 부위 통증을 느꼈다. 다행히 수술을 해야할 정도는 아니고, 가벼운 부상. 다만 프로 입단 후 열리는 첫 캠프에 참가할 기회가 무산됐고 한국에 남아 재활 코스를 밟게 됐다.

류택현 퓨처스 투수코치도 "대만에 오기 전에 명단을 추려야 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건우를 두고 온게 너무 아쉽다. 정말 페이스가 좋아서 무조건 캠프에 와야 한다고 볼 정도였는데 부상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탄식했다.

SSG 구단 관계자는 "원래 유망주였는데 제구 불안으로 지명 순위가 많이 밀린 케이스다.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을 봤고, 이제 구속도 140km 중반대를 회복했다. 예리한 슬라이더가 장점이다. 성격도 승부욕이 강하고 욕심이 있는 선수라서 향후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쉽게 첫 캠프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코칭스태프의 시선이 달라졌다. 110번 신인 투수의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자이(대만)=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