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일본)=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오)승환이 형이 보이던데요?"
경기는 졌지만, 분명한 소득이 있었다. 두산 베어스가 김택연(19)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두산은 3일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스페셜매치에서 2대5로 패배했다.
KBO리그와 NPB의 실력 차이는 분명있었다. 이날 두산은 선발 투수 곽빈이 2이닝 3안타 2볼넷 2실점으로 초반 실점을 줬다.
두산은 4회초 양의지 홈런으로 한 점을 만회했다.
4회말 김동주가 선두타자 미모리 마사키에게 안타를 맞았고, 우미노 다카시를 뜬공으로 잡았다. 그러나 그사이 2루 주자가 3루로 추가 진루를 했다.
두산은 좌완 이병헌을 올렸다. 가와무라 유토를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후 야나기타 유키가 내야 안타로 나갔고, 곤도 겐스케가 볼넷으로 나갔다.
두산은 2사 1,2루에 김택연을 올렸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4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을 두산이 찍은 마무리투수감. 두산은 전체 1순위로 입단한 황준서(한화)와 같은 계약금인 3억5000만원을 안기며 확실하게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달 27일 미야자키 선마린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구춘대회에서 김택연은 왜 두산이 차기 마무리로 기대를 하는지 증명했다.
4-4로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와 선두타자를 수비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이후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안타 한 방에 1사 1.3루 위기. 김택연은 150km의 직구를 앞세워 일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했다. 24일에는 소프트뱅크 2군과의 경기에서 1이닝을 삼진 세 개로 퍼펙트로 막아내기도 했다.
이번에도 위기의 상황. 타석에서는 NPB에서 홈런왕 경험이 세 차례(2018, 2019, 2022)나 있는 야마카와 호타카가 들어섰다.
김택연의 배짱은 빛났다.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었고, 결국 야마카와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웠다.
김택연은 5회에도 올라와 뜬공과 땅볼을 차례로 잡았고, 이노우에 도모야를 상대로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날 두산의 첫 삼진.
경기를 마친 뒤 양의지는 "김택연이 아직 어리지만, 잘 큰다면 큰 무대로도 갈 수 있는 선수인 거 같다.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19살 같지 않다. 자기 공을 던지더라. (오)승환이 형처럼 승부를 하는 게 보인다. 최근 봤던 신인 중에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택연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오려고 했다. 자신있게 하려는 생각이 좋았던 거 같다. 위기 상황에 올라가게 될 지 몰랐는데 믿고 올려주셔서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열심히 던졌다. (장)승현 선배님이 잘 잡아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라며 "위기 상황에 올라왔는데, 상대 타자를 생각하지 않고, 내 공만 던지려고 했다. 막고 내려왔는데 형들이 홈런왕을 했던 타자라고 알려주셔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이어 "커브나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몸 풀 때는 스플리터도 많이 연습했는데, 승현 선배님이 커브도 좋다고 하셨고, 슬라이더로 일부로 연속으로 3개를 던지고 볼 됐지만, 네 번째 던진 게 2S 이후에 직구 타이밍 때 변화구를 던지면 타이밍이 안 맞는다고 해서 그냥 스트라이크존 보고 던졌는데 좋았다. 얻어가는 게 있어서 좋은 경기"라고 했다.
양의지의 '오승환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택연은 "나에게는 극찬이다. 오승환 선배님과 같이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는 양의지 선배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더 영광이다. 오승환 선배님은 한국야구의 레전드신데 그런 분과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고 했다.
일본 중계사에 따르면 김택연의 직구 회전수는 2550RPM까지 나왔다. 소프트뱅크 필승조와 비슷한 수치다. 김택연은 "어릴 때부터 공을 채는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은 조금 더 눌러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어릴 때부터 연습한 게 이렇게 효과적으로 잘 작용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일본 선수를 보니 확실히 삼진을 잘 안 당하는 거 같다. 2S 이후에 치는 걸 타이밍을 보니 확실히 진짜 프로라는 걸 느꼈다. 오히려 한국타자들이 궁금해진다. 하루 빨리 시범경기나 정규시즌 경기에 나서서 느껴보고 맞아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후쿠오카(일본)=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