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제2의 김민재' 이한범(22·미트윌란)이 유럽무대 데뷔골을 폭발한 경기를 마치고 같은 팀 소속인 조규성(26)에게 한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이한범은 지난 26일(한국시각) 덴마크 오르후스 세레스파크아레나에서 열린 오르후스와 2023~20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19라운드에서 데뷔골을 쏘며 팀의 3대2 역전승을 이끈 후 조규성 등 팀 동료와 함께 관중석 앞에서 얼싸 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승리 뒤풀이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돌린 이한범 바로 앞에 조규성이 먼저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 이한범은 지체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조규성의 뒤통수를 '터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나이 차이를 넘어 두 선수가 현지에서 얼마나 끈끈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조규성과 이한범은 지난해 여름 나란히 덴마크 클럽 미트윌란에 입단했다. 전북 소속이던 조규성이 7월에 먼저 입단했고, FC서울 소속 센터백 이한범이 8월 말 조규성에 이어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었다.
'덴마크 시골마을'에 둥지를 튼 두 한국인은 짧은 시간 가까워졌다. 지난달 20일 채널A에 방영된 '맨인유럽' 편에서 조규성은 "구단에서 이한범 영입을 고려한다며 내게 물어봤다. K리그에서 뛰며 '한범이는 다르다. 무조건 잘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얘는 지금 사야 한다.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했다"고 이한범 영입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디렉터는 조규성 이한범과 식사자리에서 "영표 형과 처음 PSV에인트호번에 갔을 때, 영표 형은 계속 뛰었고 나는 경기를 못 뛰었다. 뛰지 못하는 것에 조급함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너무 마음을 조급하게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한범에게 조언했다.
이한범은 반년 가까이 인내한 끝에 지난 오르후스전을 통해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비록 주 포지션인 센터백이 아닌 라이트백으로 출전해 공수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 반칙을 유도해 조규성의 시즌 9호골에 간접기여했다. 이 골은 '덴마크 듀오'가 합작한 첫번째 득점이다.
후반 3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상대 선수가 문전에서 걷어낸 공이 높이 솟구쳤다가 바운드되어 골문 쪽으로 되돌아왔다. 집중력있게 공의 움직임을 살피던 이한범은 빠르게 달려와 발로 툭 공을 건드려 득점에 성공했다. 이한범은 미트윌란이 2명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후반 막판 결정적인 문전 앞 클리어링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한범은 첫 풀타임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양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7점을 받았다. 8점 이상을 기록한 건 미트윌란 골키퍼 요나스 뢰슬과 이한범, 두 명이다. 카타르아시안컵 부진을 씻는 골을 터뜨린 조규성은 7.0점을 받았다.
토마스 토마스버그 미트윌란 감독은 "사실 전반 초반 이한범을 교체할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남겨두기로 했다. 이한범은 부진한 출발 이후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이한범은 내달 2일 코펜하겐전을 통해 2경기 연속 출전을 노린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