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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41년 역사상 최고 외인 제시 린가드, 성공한다 vs 실패한다[K리그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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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박찬준 기자]K리그 41년사에 이렇게 이름값이 높은 '외인'은 없었다. EPL 맨유에서 뛰었던,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제시 린가드(32)가 이번 겨울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도대체 왜?" K리그 역사상 최고 네임밸류의 등장에 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린가드 효과'는 벌써 시작됐다. 입국 장면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가 하면, 서울 시즌권과 유니폼은 곧바로 완판됐다. 2023시즌 관중 300만 시대를 연 K리그가 린가드의 입성으로 흥행에 속도를 붙일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관심사는 '과연 린가드가 성공할 수 있을까'에 쏠리고 있다. 스포츠조선 유튜브 채널 '볼만찬기자들'이 린가드의 성공 여부를 전망해봤다.

▶만기자=성공한다!

성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린가드가 서울에 입단한 이후 전지훈련에 임한 지난 20일간의 행적을 살펴보면 '성공', 정확히는 '성공적인 K리그 연착륙'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첫째, 린가드의 마인드다. 린가드는 화려한 세리머니로 대표되는 소위 '개성파 선수'로 알려졌지만, 축구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다고 린가드 주변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난 7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e-스포츠, 패션 등 개인 사업과 관련된 질문에 "개인 사업은 별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다. (경기에)뛸 수 있기 때문에 (K리그에)왔다. 지금은 축구에만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린가드는 팀 동료이자 주장인 '전직 프리미어리거' 기성용이 'O형 같다'고 말할 정도로 사교성이 좋고 진취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2차 동계 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최고참인 기성용부터 막내급인 함선우까지 거리낌없이 잘 어울렸다. 몸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입단 전 서울 프런트와 처음 만난 자리부터 '금방 몸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에게 당장 9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둘째, 린가드의 재능이다. 재능이 없다면 잉글랜드 최고 명문 클럽에서 주전급으로 한 시즌(2017~2018시즌)에 13골을 넣지 못한다. 린가드는 팀 훈련과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남다른 볼터치와 슈팅 감각을 보였다. '목적이 있는 움직임'은 김 감독을 비롯해 린가드의 플레이를 본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격담이다. 동료 공격수 조영욱처럼 많은 움직임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움직임 한 번, 볼 터치 한 번으로 공격에 차이를 만들어줄 거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린가드를 처음 맞닥뜨린 K리그 수비수들은 당황할 법하다.

셋째, 환경적인 요인이다. 린가드는 머나먼 동아시아까지 홀로 날아오지 않았다. 경기장 밖에선 소속팀 문제, 서울 생활, 개인 사업 등을 논의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팀'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팀원과 한국에서의 일을 돌봐줄 팀원으로 구성된 '드림팀'이다. 린가드가 끔찍이 아끼는 딸이 입국하면 더욱 K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넷째, 기성용의 존재다. 린가드와 기성용은 각각 맨유와 스완지시티 소속으로 EPL에서 격돌한 인연이 있다. 공감대가 비슷하고, 언어가 통한다. 세월이 흘렀지만 'EPL 클래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성용이 찔러준 '택배 패스'를 린가드가 건네받아 골로 마무리하는 그림을 기대할 수 있다. 린가드가 팀과 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성용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탄탄한 스쿼드다. 서울은 공격 1~2선에 조영욱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윌리안, 김신진 강성진 등 쟁쟁한 선수들을 보유했다. 린가드가 신중하게 몸상태를 끌어올려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스쿼드다. 여기에 린가드라는 '특별 양념'이 첨가하면, 공격진 구성과 전략 측면에서 다양성을 꾀할 수 있다. 린가드는 10번(중앙 공격형미드필더) 자리가 편하다고 말했지만, 최전방 공격수부터 측면 날개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왔다. 스쿼드 운영에 능한 김 감독이 부임한만큼 '예상치 못한 새 얼굴' 린가드의 합류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찬기자=실패한다!

린가드 만큼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네임드 외인'은 K리그에 있었다. 애스턴빌라의 에이스였던 아킨슨은 2001년 대전, 전북에서 뛰었다. 브라질 태생으로 처음으로 독일 대표팀에 발탁된 힝크는 2004년 전북에 입단했다. 당시 터키 현역 국대로 2002년 한-일월드컵 터키의 3위에 일조했던 수비수 알파이 외잘란은 2004년 인천의 창단 멤버였다. 아약스, 맨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키키 무삼파는 2008년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이 밖에 루마니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수원에서 뛰었던 가비, 발렌시아에서 뛰다 수원FC로 온 가빌란 등도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흔치 않은 스타급 외인이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기대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한 시즌을 통으로 보낸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가장 최근에는 조던 머치의 사례가 있다. 카디프시티와 퀸즈파크레인저스(QPR), 크리스탈팰리스 등에서 뛰었던 머치는 2019년 당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경남FC로 이적했다. 카디프에서 김보경, QPR에서 윤석영, 팰리스에서 이청용과 한솥밥을 먹은 머치는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도 거쳤다. 선수생활의 끝물에 K리그에 왔던 다른 '네임드'와 달리, 머치는 선수 생활의 최전성기인 28세에 한국에 입성한만큼 기대치는 더욱 높았다. 하지만 머치 역시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머치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적응'이었다. 생활적인 부분은 큰 문제가 없었다. 린가드의 경우는 코스모폴리탄한 서울에서 지낸다. K컬처가 인기를 끌며, 과거와 달리 한국식 문화, 음식 등이 외국인에게도 익숙해진만큼, 경기장 밖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프라는 조금 다르다. 머치는 특히 경남 함안에 있는 클럽하우스 생활을 힘들어 했다. 함안 클럽하우스는 K리그에서도 시설이 낙후된 곳이다. 물론 서울은 좋은 인프라를 자랑하는 팀이지만, 세계 최고의 환경에서 뛴 린가드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을수도 있다. 환경적 부분은 한국에 큰 의지를 품고온만큼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거나, 개인적인 문제가 생겼을 경우, 도드라질 수 있다. 머치도 그랬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K리그'였다. K리그는 특이한 리그다. 유럽 리그와 비교해 수준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수준이 낮지 않다. 특히 개개인의 레벨은 꽤 높은 수준이다. 모든 외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머치는 "처음에 K리그에 올 때 주변 사람들이 'K리그는 매우 터프하고, 거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뛰어보니까 조금 더 국제적인 수준에 가까운 것 같다.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속도적으로 빼어난 리그다. 생각보다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처음 겪는 아시아의 템포, 동료들의 수준 등 익숙해져야 할 것 투성이인데, 의외로 리그 레벨까지 높아 외인 입장에서는 적응이 쉽지 않다.

여기에 상대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나선 경기마다 클래스를 과시하기는 했지만, 머치 역시 상대의 거센 '압박'에 힘들어했다. K리그는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더욱 거칠게 대한다. 몸상태를 100%로 만들지 않고 뛰었다가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린가드는 꽤 오랜 기간 공백이 있었다. 나이도 제법 있다.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린가드의 성공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윤진만 박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