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변은 없었다. 이번에도' 어우차(어차피 우승은 차이나)'였다. 중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했다.
24일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 초피홀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선수권 여자단체 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이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매치스코어 3대2로 승리하며 6연패 위업을 썼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2014년 도쿄 대회부터 2022년 청두 대회까지 4회 연속 결승 맞대결을 펼쳤지만 4번 모두 중국이 승리했다. 이중 3번을 3대0으로 끝냈고, 2018년 할름스타드 대회 때만 한 매치를 내주며 3대1로 승리했다. 1993년 예테보리 대회부터 2008년 광저우 대회까지 8연패 하다 2010년 모스크바 대회에서 펑티안웨이 등 자국 선수들이 활약한 싱가포르에 당하며 연승이 끊어진 후, 2014년 도쿄 대회 이후 5연속 우승을 이어왔다. 에이스 쑨잉샤(세계1위)는 2023년 더반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식 챔피언, 첸멍(세계3위)은 도쿄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왕이디는 첸멍보다 앞선 세계 2위를 달리는 상황, 이번에도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경기 내용은 달랐다.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질기게 중국을 압박했다. 공격도 정신력도 중국보다 강했다.
1단식에서 2008년생 일본대표팀 막내 하리모토 미와(세계 16위)가 세계 1위 쑨잉샤에 게임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지만 2단식에서 일본 톱랭커 하야타 히나가 세계 3위 첸멍을 잡았다. 1게임을 6-11로 내줬지만 2게임을 11-8, 3게임을 11-9로 잡았고 4게임 듀스에서 네트의 행운까지 따르며 14-12, 게임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3단식에서 히라노 미우(세계 18위)가 세계 2위 왕이디를 상대로 1게임을 11-8로 잡았다. 2게임과 3게임을 듀스 접전끝에 13-11, 12-10으로 잇달아 잡아내며 매치스코어 2-1 역전을 이뤄냈다.
4단식은 톱랭커 맞대결, 쑨잉샤가 하야타를 잡아냈다. 기계처럼 정확한 공격과 수비,11-2, 11-4, 11-6, 게임스코어 3대0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중국 팬들의 "짜요!" 절실한 응원 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승의 명운을 가를 최종 5단식 하리모토가 첸멍을 상대했다. 첫 맞대결, 초반 어린 상대의 패기 넘치는 도전에 첸멍이 흔들렸다. 1게임 2-5까지 밀렸다. 첸멍의 힘 빠진 서브를 15세 일본소녀가 모두 받아내며 경기 흐름을 압도했다. 9-3으로 앞서갔다. 11-5로 승리를 가져왔다. 2게임 시소게임이 이어졌지만 하리모토는 첸멍과의 랠리에서 밀리지 않는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중반 이후 첸멍이 8-5, 9-6까지 점수를 벌리며 11-7로 마무리했다.
3게임 하리모토의 포핸드 톱스핀이 작렬하자 첸멍이 목뒤를 잡는 장면이 목격됐다. 앞서나가던 첸멍이 6-8, 역전을 허용했지만 다시 2점을 잡아내며 8-8 균형을 맞췄다. 일진일퇴의 뜨거운 승부였다. 타임아웃 후 첸멍이 게임포인트를 잡았고 11-8로 승리했다. 4게임 첸멍이 3-0, 4-1로 앞서갔지만 하리모토가 4-4까지 쫓아온 후 눈부신 톱스핀으로 5-4 역전했고, 7-5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첸멍이 강약을 조절하며 내리 5득점, 10-7로 승부를 뒤집었다. 11-7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각 "짜요" 함성이 부산 벡스코를 뒤덮었다. 첸멍은 첸멍, 중국은 역시 중국이었다.
2011년 싱가포르처럼 일본이 13년 만에 중국의 6연패 위업을 저지하는가 했지만, 이날 낮 중국 남자탁구가 대한민국에게 승리한 똑같은 방식으로, 중국 여자탁구가 일본에 역전승하며 23번째 우승컵과 함께 6연속 우승을 지켜냈다. 쑨잉샤가 2점을 잡으며 에이스 몫을 톡톡히 했고, 첸멍이 기사회생했다.
2인자 탈출의 천금같은 기회를 잡았던 일본은 하야타 히나, 히라노 미우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1971년 이후 53년 만의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유승민 대회 조직위원장(IOC위원·대한탁구협회장)이 이날 한국 남자탁구가 중국에 석패한 후 "이렇게까지 잘해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중국 탁구가 소름 끼쳤다"고 한 말이 새삼 떠오른 순간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