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막내 코치로 나갔다가 감독으로 금의환향했다.
호주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무리한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21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시 귀국했다. 이날 아침 호주 시드니를 출발한 KIA 선수단은 항공기 연착으로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 감독과 선수단은 공항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2일 오전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한다. 이 곳에서 내달 6일까지 실전 위주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 감독은 지난 13일 KIA 감독으로 취임했다.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호주로 출국할 때만 해도 1군 타격 코치이자 막내 코치 신분이었다. 2019년 은퇴 후 지도자로 전향한 뒤 보여준 뛰어난 리더십과 지도력, 지난달 전략세미나에서 증명한 통찰력이 감독 최종 후보로 거듭나는 비결이 됐다. 이 감독은 호주 캠프 중이던 지난 10일 심재학 단장과 전화 인터뷰를 가진 뒤, 사흘 만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감회가 새롭다. 굉장히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며 "워낙 좋은 선수들이 모인 팀이고,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부담이 없진 않지만,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모여 있을 때 감독을 할 수 있는 것도 내겐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감독과 함께 입국한 선수단 최고참 최형우(42)는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다. 마지막 우승(2017년) 시절 못지 않았다"고 이 감독 체제에서의 캠프를 돌아봤다. 이 감독 선임 이후 "감독님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외친 선수단의 마음가짐은 귀국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지금 그 마음 그대로 변하지 않길 바란다"고 웃은 뒤 "타격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이 스스럼 없이 다가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선수들 모두 가만히 놔둬도 자기 것을 잘 하는 성격의 선수들이 많다"며 "그런 부분을 알고 있기에 굳이 '하지 마'라고 해도 더 할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2차 캠프에 접어드는 KIA. 선발 로테이션과 1루 주전 경쟁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 감독은 호주 1차 캠프에 동행했던 고명성 오선우 김석환 김규성을 일본 고치의 퓨처스(2군) 캠프로 이동시키면서 변화의 신호탄을 쏜 상태. 이 감독은 2차 캠프 구상에 대해 "지난 시즌 우리 팀 1루가 다른 팀에 비해 부진했다는 시선이 많은데, 현재 좋은 1루 자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이라면 약점은 없다는 생각 하에 운영을 해야 한다. 다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선수들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중점적으로 찾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감독은 취임사에서 '초보 감독이 아닌 타이거즈 감독으로 잘 준비하겠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자신을 향한 '준비된 감독'이란 평가에 대해선 "모든 감독이 다 완벽한 상황에서 출발한다고 보지 않는다. 어떤 선수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팀엔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모여있기에 나는 유리한 위치 아닌가 싶다. 나는 초보지만, 우리 팀엔 베테랑 뿐만 아니라 좋은 선수가 수두룩 하다. 그 선수들을 믿고 즐겁게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 감독은 KBO리그 복귀를 앞둔 류현진을 두고 "훌륭한 투수가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우리 타자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 경기에 많이 등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농을 쳤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