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고개를 숙였고,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은 따뜻하게 품에 안았다.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탁구 게이트'가 '런던 화해'로 봉합됐다. 이강인과 손흥민은 21일 자신들의 SNS를 통한 '릴레이 사과'로 팬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이강인은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다른 선배, 동료들에게도 연락해 사과했다. 팬들을 향해서도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손흥민도 곧바로 화답했다. 그는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며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나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도 이런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를 계기로 더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짐했다.
주장의 품격은 또 한번 빛났다. 요르단과의 카타르아시안컵 4강전 전날의 상처는 이렇게 아물었다. 손흥민은 지난해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의 '언팔(팔로우 취소) 소동' 때도 큰 잡음없이 논란을 잠재웠다.
다만 대표팀의 새로운 질서 정리는 필요해 보인다. '신구 갈등'의 표면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파가 A대표팀의 주류가 되면서 문화도 바뀌었다. '가치 충돌'은 늘 내재돼 있다.
하지만 갈등이 대화가 아닌 물리적인 싸움으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축구는 개인이 아닌 팀 스포츠다. 둑이 터지면 탈출구는 없다. 대한민국이 요르단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현실이 됐다.
이번 기회에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새롭게 구성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차기 감독 선임과는 별개로 진상조사를 통해 '룰'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태극전사들의 목소리도 반영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