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우승 감독님이시잖아요. 믿었습니다."
2024 시즌, LG 트윈스의 운명은 이 선수가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다.
LG는 지난 시즌 29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었다. 하지만 아직 배가 고프다. 염경엽 감독은 '왕조 건설'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이스의 존재가 필수. LG는 지난 시즌 아담 플럿코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시즌 중반부터 부상 이슈로 투구를 포기했고, LG는 결국 외국인 에이스 없이 가을야구를 했다. 우승을 했기에 망정이지,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오랜 기간 플럿코가 생각날 뻔 했다.
그래서 LG는 심혈을 기울여 외국인 1선발을 찾았고, 엔스와 손을 잡았다. 엔스는 지난 두 시즌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뛰었는데, 2022 시즌에는 10승을 거뒀지만 지난 시즌에는 1승10패로 무너졌다. 하지만 염 감독은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왜일까.
염 감독은 엔스에 대해 "직구는 정말 좋은 구위를 가졌다. 슬라이더도 괜찮다. 슬라이더가 스위퍼같이 들어온다. 그런데 떨어지는 공을 활용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실패한 이유다. 데이터가 다 말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염 감독은 엔스가 LG와 도장을 찍은 후 특별 주문을 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연마해오라는 것이었다. 감독이 선수에게 지시를 하는 건 당연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국인 감독이 자신에게 구종을 개발하라고 얘기를 한다면, 이방인 선수에게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 나타난 엔스는 염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다. 수준급의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염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스코츠데일 캠프에서 만난 엔스는 염 감독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에 대해 "나도 투수로서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감독님과 생각이 일치했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의 실패가 약이 됐다. 그래서 나도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다듬고, 다른 구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체인지업에 신경을 썼다"고 말하며 "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감독님이시다. 나보다 경험이 많으시고, 리그의 타자 성향이라든지 모든 부분을 더 잘 아신다. 믿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 얘기를 들을 준비가 돼있다"고 설명했다.
LG가 엔스에 바라는 바는 명확하다. 에이스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5승 정도의 승수를 거둬주는 것이다. 염 감독은 이미 개막전 선발로 엔스를 사실상 내정해놓은 상태다. 엔스는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저 투수로서 매 경기 팀에 성공을 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러면 개인 성적 등 결과도 따라올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나가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엔스는 스프링캠프에서의 컨디션에 대해 "전반적으로 모든 게 좋다. 몸상태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만족스럽다. 새로운 구종들도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