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신인처럼 행동하려 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인 슈퍼스타 오타니가 한 말이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는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인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 처음 합류해 인터뷰를 했고, 이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 규모, 10년 총액 7억달러라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금액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뭘 해도 말리지 못할 것 같은 슈퍼스타가, 신인처럼 행동하겠다는 겸손한 인사를 남기니 "역시 오타니"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을 다시 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의 엄청난 계약을 체결한 이정후. 20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첫 공식 훈련에 돌입했다. 이정후도 훈련을 마친 후 "신인처럼 행동하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정후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정후는 야수 공식 소집일인 이날 합류했어도 됐다. 하지만 지난 15일 투-포수조 소집 때부터 훈련에 나섰다. 새로운 무대, 새로운 동료들과의 적응을 위해서다.
어떻게 보면 이정후는 마음이 편할 수 있다. 팀 내 최고 연봉자다. 밥 멜빈 감독이 캠프 첫 날부터 "이정후는 무조건 개막전 1번"이라고 못을 박아줬다. 연봉이 서열인 메이저리그 세계에서 이정후가 무슨 행동을 한다 해도, 지나치게 눈에 벗어나는 일만 아니면 다들 이해하고 넘어갈 게 뻔하다.
하지만 그런 이정후에게도 메이저리그가 낯선 미지의 세계인 건 당연하다. 이정후는 "이렇게 클럽하우스에 취재진이 들어오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여성 기자분들이 있는데도 미국 선수들은 옷을 거침 없이 벗어 던진다. 처음에는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훈련도 마찬가지.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훈련이 널널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절대 사실이 아니다. 한국 캠프보다 힘들다"고 했다. 공식 훈련 첫 날인데도 곧바로 라이브배팅에 들어갔다. 라이브배팅-야외 배팅 케이지 훈련-실내 타격 훈련 등 쉬지 않고 스케줄이 이어졌다. 이정후는 통역을 통해 "이번엔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묻는 등 바쁘게 구장 여기저기를 움직였다.
메이저리그는 시범경기도 엄청나게 많이 한다. 오는 25일 시카고 컵스전을 시작으로 거의 1달을 쉬지 않고 경기한다. 이정후는 "처음에는 이런 스케줄이 신기했다. 한국은 보통 단체로 모여 초반에는 몸을 만들고, 점점 훈련 강도를 높인다. 그런데 여기는 모인 첫 날 라이브배팅을 했다. 그리고 계속 시범경기다. 경기를 통해 몸을 만든다, 이런 느낌인 것 같다. 한국은 캠프 연습경기가 있는 날이면 훈련 강도를 줄이는데, 여기는 그것도 아니라더라. 훈련 할 거 정상적으로 다 하고 낮에 시합하러 간다.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이정후도 얘기로 듣고, 추측을 하고 있을 뿐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 당장 자신이 시범경기 개막전에 뛰는지 조차도 모르고, 다음날 훈련이 어떤 스케줄로 진행되는지도 전날 오후에 안다. 그게 메이저리그 시스템이다. 이정후는 "나도 아직 팀과 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른다. 그래서 신인처럼 행동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정후에게는 메이저리그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이 큰 힘이다. 이정후는 "하성이형이 너무 무리하지 말고, 눈치 보며 지나치게 아침 일찍 출근할 필요 없다는 등의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이제 시범경기, 정규시즌 개막이 다가오며 이정후는 설렌다. 그는 "명문팀이다. 그리고 짝수해다. 홈구장도 너무 아름답다. 자이언츠 팀명도 너무 멋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는 2010, 2012, 2014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짝수해 징크스'를 만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