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좀비 축구'에 스며들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호주와의 카타르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 2대1로 승리했다. 한국은 2015년 호주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당한 1대2 패배를 시원하게 되갚았다. 역대 전적도 9승11무9패로 균형을 맞췄다.
이날 한국은 전반 42분 상대에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토트넘)이 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턴)이 성공시켜 1-1 동점으로 만들었다.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이 직접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꽂아 극적으로 4강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7일 요르단과 4강전에서 '리턴매치'를 펼친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E조 2차전부터 4경기 연속 후반전 추가 시간에 득점하며 끈질긴 축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요르단전 90+1분, 말레이시아전 90+4분, 사우디아라비아전 90+9분, 호주전 90+6분이었다. 일각에서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의 경기를 두고 '좀비 축구'라고 부르는 이유다. 특히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을 제외, 후반 추가 시간 터진 3골은 모두 짜릿한 동점골이었다.
한국의 끈질긴 축구에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은 혀를 찼다. 그는 "내 생각에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경기하는 유럽의 '톱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들은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 울버햄턴에서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뛴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 대표팀에서 핵심으로 뛰는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태극전사의 '간절함'을 칭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이 64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트로피를 가져가고 싶어 하는 그런 간절함과 목마름으로 힘이 생기지 않나 싶다. 그런 목표 의식이 가끔 부담되거나 긴장감을 주면서 전반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후반에 뒤진 상태에서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라거나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더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0-1로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점 이후 경기력이 더 좋았다.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어쨌든 준결승에 올라 행복하다"고 평가했다.
'캡틴' 손흥민은 '좀비 축구'란 표현에 "어떤 축구를 하든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좀비 축구'라는 것을 떠나서 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런 경기를 통해서 믿음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연장전에 들어가면 지치는데 포기하지 않고 해주는 것에 대해서, 가장 큰 장점은 하나로 뭉쳐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