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긴 기다림과 노력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1일(한국시각)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시작한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21)은 이날 방망이를 들었다. 배팅 케이지 안에서의 본격적인 타격 연습이 아닌 번트 훈련.
김도영은 2023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전 연장 10회초 공격에서 단타를 친 뒤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부상했다. 귀국 후 좌측 엄지 중수지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에만 최대 4개월이 소요된다는 전망이 나올 때만 해도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즌 초반 활약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캠프 첫날 김도영은 캐치볼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선배 김선빈(35)이 허공으로 공을 높게 띄우며 장난을 치는 가운데, 김도영은 즐거운 표정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이어진 롱토스에서 강한 송구를 글러브를 낀 왼손으로 무리 없이 잡아냈다. 수비 펑고와 번트 훈련 역시 문제가 없었다.
김도영은 "비시즌 기간 함평에서 훈련할 때도 재미 삼아 번트 훈련이나 스윙을 했다"며 "트레이닝 파트나 코치님들은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에서 본격적으로 타격 훈련을 하자고 하신다. 그 전까지 몸을 완전히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재타자', '5툴 플레이어', '이종범의 재림'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2022시즌 데뷔한 김도영. 데뷔 첫해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듯 했다. 지난해 시즌 2경기 만에 발가락 골절상으로 두 달 넘게 시즌을 쉰 뒤에도 복귀해 84경기 타율 3할3리(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4를 기록하면서 자신을 향한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런 그가 APBC에서 또 부상을 하면서 간신히 살린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김도영은 "1, 2년차 때는 캠프에 오는 게 많이 떨렸다. 하지만 올해엔 그런 기분이 사라졌다. 심적으로 많이 적응이 된 석 같다. 마음 편히 야구하기 더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함평에선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면서 캠프를 준비했다"며 "작년처럼 나성범 선배와 시간대가 맞으면 같이 운동도 하면서 열심히 준비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차분하게 출발하는 캠프. 하지만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지 못하면 심적으로 쫓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도영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특히 작년에 수비에서 얼토당토 않은 실수가 많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 부분이 안 나오게끔 호주에선 수비 기본기나 타구 대응 훈련을 많이 받으려 한다"고 했다.
데뷔 2년차에 처음으로 접어든 3할 타자의 길.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짧은 기간에도 강렬했던 그의 활약은 KIA 팬들에겐 기대, 상대에겐 경계의 대상이다. 김도영은 "상대 견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며 "3할 타율을 치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올 시즌은 큰 기복 없이 풀타임을 뛰면서 3할 타율 근처에서 놀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올해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절대 안할 것"이라고 웃었다.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