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운동장이 왜 이리 조용하노!" '괴물'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의 대명사다. 2021년이었다. 유럽파라 뒤늦게 A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소리치며 '파이팅'을 복돋웠다.
김민재는 아시아 최고는 물론 세계적인 센터백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카타르아시안컵에선 풀 죽은 모습이 종종 비친다. 입도 꾹 다물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도 발걸음만 바삐 움직인다. 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김민재가 이끄는 수비라인이지만 무실점 경기가 단 '1'도 없다. '1실점→2실점→3실점→1실점'이 현주소다. 조별리그 3경기의 6실점은 아시안컵 역사상 최악의 성적이다. 바레인과의 첫 경기가 잘못된 단추였다. 김민재는 전반 13분 만에 경고를 받았다.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옐로카드가 나왔다.
억울한 경고였지만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경고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김민재가 없는 수비라인은 '재앙'이다. 자연스럽게 전매특허인 도전적인 수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100% 정상 컨디션도 아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축구에 새 장을 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간판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33년 만의 스쿠데토(우승)를 선물했다.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지난해 7월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바이에른에서도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았지만 '혹사 논란'이 제기됐다. 김민재는 카타르아시안컵에 소집되기 전까지 바이에른이 치른 분데스리가 전 경기(15경기)에 풀타임 소화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5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무리하면 탈이 난다. 늘 통증을 안고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민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는 연장 후반 교체됐다.
이제 8강전이다. 결승 진출까지 두 걸음 더 남았다. 대한민국은 3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각)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카타르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뛰지 못하는 것보다 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수비라인이 호주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틀어막는다면 4강행은 탄탄대로다.
한국 축구는 더 이상 김민재를 지우고 논할 수 없다. 그는 차세대 주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늘 김민재의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김민재는 이미 모든 걸 갖춘 리더다.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뿐 아니라 밖에서 리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선수들이 많이 배운다."
A매치 60경기에 출전한 김민재는 이번이 두 번째 아시안컵이다. 첫 출전한 2019년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선 8강서 여정이 멈췄다. 조별리그와 16강은 이미 지나간 과거다. 옐로카드 공포는 8강전, 한 경기만 견디면 자유로워진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시끌벅적한 김민재의 활짝 핀 미소를 보고싶다. 한국 축구는 '월드클래스' 김민재의 존재만으로 든든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