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이제는 한국이 우승 후보 호주에 도전해야 하는 처지다. 16강까지 단단한 수비를 보여주며 한국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준 호주를 꺾기 위해선 조규성의 부활이 절실하다.
한국은 오는 3일(한국시각)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카타르아시안컵 8강 맞대결을 벌인다.
한국과 호주는 아시안컵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기대감이 엇갈렸다. 한국이 당시 우승확률 14.3%로 일본(24.6%)에 이어 우승 후보 2순위로 평가받았던 반면 호주는 10.7%로 4위에 그쳤다.
반면 8강 경기를 앞둔 현재는 호주가 20.3%로 일본(25.4%)에 이어 우승 후보 2순위다. 한국은 16.6%로 카타르에도 밀리며 4위에 머물렀다. 축구통계매체 옵타는 한국과 호주의 8강 경기 승리 가능성에도 호주의 승리 가능성을 52.7%로 더 높게 점쳤다.
아시안컵 4회 진출국인 호주는 지난 2015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저력을 선보였으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역대급 전력을 갖춘 일본, 한국에 밀릴 것으로 보였다. 특히 팀 케이힐 이후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한 공격진이 아쉬웠기에 난항이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아시안컵이 시작되고, 호주는 단단한 수비로 상대를 제압하며 순항했다. 호주는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까지 총 4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뚫리지 않는 방패의 위엄을 과시했다. 지난 16강에서는 이번 대회 전 경기 득점을 기록 중이던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무실점 승리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등을 경험한 수비진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이번 대회 전 경기 출장 중인 주전 수비수 해리 수터는 이미 스토크시티, 레스터 시티를 거치며 잉글랜드 무대에서 안정감을 검증받은 자원이다. 특히 지난 2023년 1월에 레스터시티에 합류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도 12경기 소화했다.
수터는 좋은 피지컬을 갖춘 시리아 공격수 파블로 사바크, 속도를 갖춘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아보스베크 파출라예프를 상대로도 큰 어려움 없이 수비진을 지켜냈다. 수터 외에도 스코틀랜드 하츠에서 활약 중인 카이 롤스, 에버턴 유소년팀과 볼턴에서 활약한 게신 존스 등 영국의 거친 수비를 몸에 익힌 수비수들이 적지 않았기에 상대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냈다.
수비의 안정감이 더해지자 공격도 조금씩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16강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4골을 터트리는 폭발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결국 한국이 호주의 단단한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선 결국 최전방에서 대회 첫 득점을 기록한 조규성의 활약이 중요하다.
높이와 경합 등에서 큰 강점을 가진 조규성은 선발 출전한다면 단단하고 강한 피지컬을 갖춘 호주 센터백들을 책임지고 뚫어줘야 한다. 2선에서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등의 활약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규성이 상대 센터백들과의 경합에서 얼마나 많이 승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규성은 이미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나를 상대로 득점하며, 거칠고 피지컬이 좋은 EPL 출신 수비수들을 상대로 득점할 수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당시 조규성의 상대였던 센터백 모하메드 살리수와 다니엘 아마티도 EPL에서 사우샘프턴, 레스터시티 등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수비수들이었다.
득점 자신감은 끌어 올렸다. 조규성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제외됐지만, 후반 19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후반 추가시간 사우디 수비 사이로 뛰어올라 헤더로 득점하며 한국의 탈락을 막는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한국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낸 천금 같은 득점이었다. 득점 당시 조규성과 경합을 벌였던 사우디 센터백 알리 라자미와 알리 알 볼레아히는 각각 알 나스르, 알힐랄 수비수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는 사우디 슈퍼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들이다. 해당 득점으로 그간 비판의 대상이었던 아쉬운 골 결정력도 회복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다른 동료들보다 좋은 상황이다. 조규성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70분 내외를 소화하며 다른 2선 공격수들보다 적은 출전 시간을 나섰다. 16강도 교체 출전하며 이번 8강전에 활약할 수 있는 조건까지 맞춰졌다.
조규성은 지난 사우디전 이후 인터뷰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여태까지 아쉬움이 컸다. 이제야 한 골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고 밝혔다.
'난적' 호주의 방패를 뚫기 위해선 강력한 창이 필요하다. 조규성의 날카로움이 더욱 빛나야 하는 8강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