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마동석(53)이 '황야'의 혹평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전했다.
넷플릭스 액션 영화 '황야'(허명행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빅펀치픽쳐스 제작)에서 무법천지 속 최후의 사투를 시작한 황야의 사냥꾼 남산을 연기한 마동석. 그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황야'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열정을 털어놨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마동석의 첫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이자 충무로 대표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의 첫 연출작이다.
이날 마동석은 "허명행 감독은 나의 스턴트를 같이 했던 분이다. 사람들이 많이 본 내 작품 외에도 저예산 영화까지 함께 작품을 소화했다. 예전에 단역을 하면서 스턴트를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허명행 감독이 많이 도와줬고 실제로 예전에 사고로 척추, 어깨, 발목 등이 부러졌을 때 허명행 감독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며 응원해 주기도 했다. 허명행 감독과 서로 '밥 많이 먹으면 낫겠지'라며 위로해 주기도 했다"고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이어 "허명행 감독의 액션 연출 스타일은 동작에 국한된 게 아니라 캐릭터에 맡게 액션을 구상하려고 한다. 머리가 좋은 감독이고 아이디어도 많은 감독이다. 그동안 나와 허명행 감독이 만든 액션 신 중 명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유머, 캐릭터 등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었고 오래전부터 나는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 기회(연출)를 내가 주고 싶었고 실제로 오랜 시간 허명행 감독이 연출할 시나리오를 여러 작품 만들고 있었다. 허명행 감독이 '범죄도시4'도 같이 했지만 앞으로도 같이 할 작품이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허명행 감독의 다양한 장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신뢰를 전했다.
허명행 감독으로부터 할리우드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을 능가할 배우라고 극찬을 받은 것에 "드웨인 존슨과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 드웨인 존슨은 나보다 키도 크고 잘생기지 않았나?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일단 나는 외모가 부족하기 때문에 액션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배우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연기하는가에 대해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다양하고 싶고 매 작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배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액션 영화를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쌓아오고 해쳐나온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나이가 있고 몸이 아프게 되면 또 다른 장르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 영화는 마라톤이다. 한 기간 같은 장르를 한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지금도 쉬는 날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매주 스파링 하고 운동하고 있다.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액션 자부심을 전했다.
이어 "재활을 굉장히 오래 해와서 지금은 액션을 다 할 수 있다. 나 혼자 액션을 하고 나면 조금 아플 뿐이지 건강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아프면 그렇게 액션을 못 한다. 다만 '범죄도시' 시리즈는 내가 뛰는 장면이 없다. 주로 싸움만 있다. 지금은 추격이 안 된다. 먼저 미리 가서 상대를 타격하는 식이다. 추격 장면에서 빠르게 뛰어야 추격이 되는데 내가 빠르게 뛰지 못하니까 조깅 액션이 된다. 나중에 몸이 좀 더 좋아지면 추격과 액션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로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를 반영하듯 '황야'는 지난달 26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143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 비영어 부문 및 전체 영화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면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의 아파트 세계관을 모방했다는 평가부터 빈약한 서사와 반복되는 마동석 표 액션에 대한 불호가 이어지고 있는 것. IMDb 기준 10점 만점에 평점 6.0, 네이버 기준 10점 만점에 5.11을 기록, 낮은 평점과 함께 혹평받았다.
마동석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사연이 많이 담겼다. 그래서 조금 길었다. 3시간짜리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없으니까 최대한 간결하게 잘라 게임과 같은 액션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확실하게 액션 위주의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며 "서사는 다른 영화에서 만들 수 있다. 서사를 다 담으려고 한다면 액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기획할 때는 현실적으로 리얼리티가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설명을 많이 해줘야 한다. 알고 있지만 우리는 조금 불친절해도 오락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만약 '황야'가 드라마가 됐을 때 그때 서사를 살리면 됐다. 액션신이 많은 데다 서사까지 집어넣으려면 현실적으로 힘들다. 마치 돈가스 전문점에 가서 곱창전골도 찾고 라면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영화는 이런 방향성을 갖고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서가 담긴 액션 영화도 있을 것이고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래 나는 게임도 좋아해 현재 액션 게임도 만들고 있다.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세계관을 차용했다는 지점에 "'황야'를 기획한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굉장히 좋은 기획자다. 그의 전작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인데 '황야'는 다른 결로 시작한 것이다. 서울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 중 남산 타워가 나오면 다 비슷한 영화로 생각을 하나? 아니다. '황야'도 마찬가지다. 내가 쓴 기획안 중 SF 액션물 8페이지 분량의 트리트먼트가 있었다. 그걸 변승민 대표와 의견을 나눴고 나아가 작가에게 주면서 '황야'가 만들어졌다. 사실 초반에는 캐릭터마다 이야기를 많이 넣어놨는데 모르는 세상에 대한 설명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액션 넣을 공간이 없어지더라. 다른 영화가 나오면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액션 위주로 가게 됐다"며 "만약 '콘크리트 유토피아'보다 '황야'가 먼저 나왔더라면 우리 영화가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을 따라갔다고 말했겠나? 물론 '황야'를 보면서 당황할 수 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자연 현상을 같이 쓴 것이고 건물이 비슷할 수 있지만 다른 영화다"고 해명했다.
반복된 액션 연기 패턴에 대해서도 "물론 마동석이 아닌 모습이어야 했나 싶기도 했고 마동석을 가져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나 대사가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결국엔 오락적 영화에서는 마동석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OTT 영화로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가 나오면 기시감이 든다는 평가도 있지만 다른 재미를 주면 된다. '범죄도시' 1편에서 기시감이 들었는데 그런 공식에 따르면 2편, 3편도 흥행이 안 됐어야 했다. 결국에 관객은 재미있으면 본다. 이런 걸 의식하는 것조차 강박인 것 같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흥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야'는 지난달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