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일(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의 MIT볼파크.
훈련 시작 때만 해도 구름이 끼어 선선했던 날씨는 곧 땡볕 아래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로 바뀌었다. 오전 훈련을 마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몸은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 이들을 지켜보던 코치들이 "그러다가 살이 타서 일어난다"고 주의를 줄 정도로 뜨가운 날씨가 첫날부터 펼쳐졌다.
캔버라 교외의 나라분다에 위치한 MIT 볼파크는 한적한 분위기. 외야에 펼쳐진 울창한 나무 아래 선수들의 기합 소리만 울려퍼질 뿐, 인적조차 드문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구장 한켠에 KIA 구단 엠블럼과 '기아'라는 큼지막한 한글 글귀를 적어 내걸며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호주 여행 중인 가족.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에 거주 중인 염진숙씨(40)는 두 아들 이평화군(13), 이진솔군(11)과 함께 MIT볼파크를 찾아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들뜬 표정으로 지켜봤다.
우연한 만남이었다. 호주 여행 중 캔버라를 찾은 염 씨는 지난 31일 시내에서 KIA 선수들과 마주쳤다. 8000㎞ 가까운 타지에서, 그것도 자신이 응원하는 KIA 선수단을 만난 게 어안 벙벙할 일. 30일 인천국제공항을 출국해 이날 캔버라에 도착한 선수들은 호텔 근처에서 짐을 기다리며 잠시 휴식 중이었다. 피곤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멀리서 본 반가운 팬을 모른 체 하지 않았다. 선수단은 염 씨 가족의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장 나성범은 훈련장 주소를 묻는 염 씨에게 스태프 도움을 받아 알려준 뒤 "꼭 보러 오시라"고 당부를 하기도. 첫 날 훈련에서 염 씨가 자녀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으면서 약속을 지킨 셈이다.
염 씨는 "평소 수도권 경기에도 자주 응원을 가곤 하는데, 여기서 KIA 선수단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선수들이 너무 친절하게 반겨주셔서 놀랐다.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즐거워 했다. 서울 출신이지만 부모님의 영향으로 KIA 팬이 됐다는 이평화군과 이진솔군 역시 "가까이서 평소 응원하는 선수들을 보니 너무 신기하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나성범은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우리 팬을 만나게 돼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즐겁기도 했다. 알아봐 주셔서 제가 더 감사했다"며 "첫 날 훈련부터 이렇게 기분 좋은 응원을 받아 기쁘고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