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다.
구단도 김혜성의 의지에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시즌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빅리그 진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키움은 16일 김혜성의 미국 진출 도전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뷔 후 풀타임 6시즌을 소화한 김혜성은 이번 시즌을 잘 마치면 포스팅 신청 자격을 얻는다.
김혜성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있다. 1년 선배 이정후다. 2023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는 시즌 후 포스팅 절차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 '초대박' 계약을 맺었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혜성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공개석상에서 메이저 무대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선수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격수로 포지션을 바꾸고 싶다는 얘기도 꺼냈었다. 16일 고형욱 단장을 만나 공식적으로 의사를 전달했는데, 키움도 사실상 막을 명분이 없다.
의욕이 넘친다. 김혜성은 "큰 무대에 대한 도전 자체가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팀에서 지지해 주시는 만큼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늘 하던 대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혜성까지 메이저리그에 가면 키움은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사관학교' 명성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다. 그동안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를 보내며 벌어들인 포스팅 보상금만 무려 4220만2015달러(약 565억원)이다. 김혜성도 소속팀 키움에 거액을 안길 꿈을 꾸고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혜성의 특장점은 타격, 수비, 주루 모두 빠짐 없이 평균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유격수, 2루수 두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받는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도 아직 젊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그런데 이게 반대로 말하면 애매하다는 뜻도 된다. 해외 리그에서 뛰려면 그 선수의 특별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 이정후를 예로 들면, 월등한 방망이 실력이 있다. 미국 투수들의 강속구에도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샌프란시스코가 큰 투자를 했다. 김하성은 내야수인데 엄청난 펀치력을 갖췄다.
김혜성의 경우 두루 다 잘하지만 특급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분야가 없다. 컨택트 능력은 좋은데, 파워가 부족하다. 홈런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메이저 강속구 투수들의 공을 쳐 내야를 빠져나가게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타구의 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비도 화려하다. 하지만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래서 키움이 2루로 돌렸다. 2루수로 승부를 보려면, 타격 능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결국 관건은 KBO리그에서만 통할 수 있는 실력인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승산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지워내는 일이다.
단, 주루에서는 확실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3할을 치는 확실한 주전이라기보다, 작전수행이 좋은 내야 멀티 요원을 찾는 팀이 있다면 메이저리그 도전의 길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