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노 스토핑 리.'(No stopping Lee·못 말리는 이강인)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극찬이었다. '골든보이'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조별리그 1차전 '드리블 왕'으로 등극했다. AFC는 17일(이하 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숫자로 본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을 공개했다. 마무리된 총 12경기에서 작성된 기록을 정리했다.
총 10가지 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이강인의 드리블 기록을 다룬 '노 스토핑 리'였다. 이강인은 15일 오후 8시30분 카타르 알라이얀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후반 6분 알 하샤시에게 동점골(1-1)을 허용하며 불안한 공기가 흐르던 중, 이강인의 왼발 끝이 번뜩였다. 후반 11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바레인 골망을 흔들었다. 클린스만 감독도 격하게 세리머니를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한골차 불안한 리드, 아직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순간 또 이강인이 해결했다. 23분 역습 상황에서 황인범(즈베즈다)의 패스를 받아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왼발로 정교하게 마무리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이강인의 멀티골로 3대1 승리,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산뜻한 첫 발을 뗐다. 1988년 카타르대회 이후 무려 35년 만에 첫 경기서 두 골차 이상 승리를 따냈다.
이강인은 이제 의심할 여지 없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대표팀 내 비중이 몰라보게 올라간 그는 최근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강인은 A매치 데뷔골을 쏘아올린 10월 13일 튀니지와의 평가전부터 이번 바레인전까지 6경기에서 6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존재감만 놓고 보면 '캡틴' 손흥민(토트넘) 이상이다. 오른쪽에 위치해 현란한 탈압박을 앞세워 중앙으로 이동하며, 넘겨주는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은 대한민국의 핵심 공격 루트다. 바레인전에서 이강인은 76번의 볼터치를 하며, 2번의 유효슈팅, 3개의 키패스, 3개의 빅찬스, 3개의 크로스를 성공했다. 이날 한국이 세골과 유효슈팅 다섯개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사실상 혼자 바레인을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드리블 기록이다. 이강인은 이날 12번의 드리블을 시도해 무려 8번을 성공시켰다. 이강인의 드리블 능력은 정평이 나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서 무려 90번의 드리블 성공을 기록했다. 유럽 5대 리그 중 드리블 성공 4위에 올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한정하면 '드리블왕'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 이어 2위다. 성공률을 보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압도적 1위다. 천하의 리오넬 메시가 50%인데, 이강인은 68%에 달한다.
이강인은 오만의 미드필더 살라아 알 야흐예이(9번 시도-7번 성공), 일본의 공격수 이토 준야(9번 시도-6번 성공)에 앞서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최고의 드리블러가 됐다. AFC도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의 이강인이 가장 많은 드리블을 시도하고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AFC가 공개한 또 다른 기록 중 '아시안컵 통산 1000호 골'의 주인공이 눈길을 끌었다. 홍콩의 미드필더 필립 챈(천시우콴)이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4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 골은 아시안컵에서 1000번째로 터진 골이었다. 공교롭게도 역대 아시안컵 1호 골은 역시 홍콩의 몫이었다. 1956년 1회 대회에서 홍콩의 아우치인이 기록했다.
이밖에 개최국 카타르의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는 아시안컵 개인 통산 10호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13일 치러진 레바논과의 A조 1차전 개막전(카타르 3-0 승리)에서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11분 헤더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알리는 '라이언킹' 이동국과 함께 아시안컵 역대 최다득점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다득점자는 14골을 넣은 이란의 알리 다에이다. 다에이는 1996년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을 상대로만 4골을 몰아친, 우리에게는 악연이 있는 선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