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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선균, 무리한 수사 내몰린 이유 "경찰, 지드래곤 불송치 후 압박 커져" ('PD수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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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PD수첩'이 故이선균의 마지막 시간을 돌아봤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故 이선균의 사망 전 마지막 시간 70일을 조명했다.

이날 마약 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신 씨는"여자친구 때문에 신고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며 "김씨가 전 여자친구한테 지속적으로 마약을 주고 이런 것 때문에 '만나지 마라' 하다가 계속 이상한 짓을 해서 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 씨는 전 여자친구와 김 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9월 경찰에 신고, 이후 이 사건은 이선균의 사건으로 엮이기 시작했다.

마약 전과가 있던 김 씨에 대한 첫 경찰 조사가 끝나고 3시간도 안 돼 이선균의 마약 내사 중이라는 기사가 최초로 보도됐다.

류근창 청감은 "피의자로 입건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범죄 의심이 돼서 살피는 정도의 수준인데 '그 대상자가 언론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이거는 매우 부정한 행동"이라고 했다.

내사 사건이 알려진 지 닷새째, 경찰은 이선균을 마약류 투약 혐의로 입건해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PD수첩'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을 목격했다는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일부 입수해 수사 과정을 분석, 경찰과 김씨가 이선균의 이름을 언급한 건 196회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현직 경찰은 "이례적이다"고 밝혔다.

배한진 변호사는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로 서서히 맞춰가는 진술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김씨에 대한 3차 피의자 신문에서 김씨는 이선균이 언제 마약을 투약했는지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자 경찰은 이선균의 일정을 알려주며 답변을 돕는 듯한 정황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지인과 주고 받은 메시지를 보며 이선균의 투약일을 특정했지만, CCTV 결과 날짜가 맞지 않았다. 김씨의 진술이 흔들리고 마약 투약 의심 날짜를 확실히 특정하지 못했음에도 이선균을 입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선균의 소변 간이 검사는 음성, 모발 정밀 검사도 음성이었다. 이럴 경우 통상적으로는 현직 경찰은 "검사 결과 안 나왔다든가 하면 그게 수사의 끝이다"고 했다.

세 차례의 검사에서 모두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지만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선균의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지드래곤의 불송치로 추측했다. 지드래곤이 불송치가 되면서 수사한 경찰들 입장에서는 좀 난감했을 것이라고.

결국 이선균은 마약 음성 결과에도 한 달 뒤 또 다시 경찰에 공개 소환됐다. 이선균은 3차 소환 당시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백민 변호사는 "원래 수사는 기밀로 해야 정상인데 이렇게 보여주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며 "수사기관 내부에 부족한 증거를 여론몰이를 통해 이 사람은 범죄자가 맞다는 낙인을 찍고 자백을 하게끔 만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태경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선균의 3차례 공개 소환 조사로 느꼈을 심리적 압박에 대해 "이 사람이 계속 '성실하게', '진솔하게' 라는 단어를 쓴다. 이 안에서 자신의 진정성이 드러날 거란 기대를 한 거 같다. 3차 조사 이후에 이 사람이 한 얘기를 보면 그러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굉장히 강도 높게, 불안이 확 고조되어있다"고 밝혔다.

19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나온 이선균. 이 모습에 전문가들은 "1차보다는 3차가 조금 더 화가 나있는 느낌. 그리고 또 처음으로 본인의 의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공갈범과 본인의 진술에 대해 판단해달라는 얘기를 한다"며 "나한테 우호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본인이 포착했을 가능성도 있다. 성실하고 진솔하게 해도 이 균형은 안 맞을 거 같다는 엄청난 공포가 3차 조사 때 느껴졌을 가능성이 보인다. 이게 이 사람이 절망하게 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3차 조사 3일 후, 이선균의 사생활 녹음이 유출됐다. 그리고 다음날 이선균은 세상을 떠났다.

김희중 인천경찰정장은 "고인께서 사망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류근창 경감은 "과거 검찰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한 분들이 되게 많았다. 거의 10년 사이에 90명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걸 보면서 저는 '저건 너무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경찰 수사도 과거 검찰 수사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끔찍한 경우가"라며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힘들게 하는 그런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njee8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