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일단 조건이 갖춰졌다. LG 트윈스 박해민에게 역사적인 2024년이 기다린다.
박해민은 지난해 LG 트윈스의 29년만에 우승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도 큰 기록을 달성했다. 바로 10년 연속 20도루다. 9월 16일 잠실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서 20번째 도루를 성공시켜 2014년부터 10년 동안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두번째. 정근우가 11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한 이후 박해민이 두번째로 달성했다. 올시즌에도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면 정근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박해민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도루왕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었다. 지난해에도 26개의 도루로 공동 4위에 올랐고, 통산 도루 368개로 통산 9위에 올라있다. 현역 선수 중엔 키움 이용규(392개)에 이어 2위다.
박해민은 2017년 40도루를 한 이후 40도루를 한 적이 없다. LG로 온 이후엔 30도루를 넘기지 못했다. 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해민은 10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했을 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도루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실패도 증가하더라"며 "누상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개수가 (예년보다) 줄었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 박해민은 2024시즌엔 도루에 욕심을 내보고 싶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기도 했었다. 베이스 크기가 메이저리그처럼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로 커지고 피치클락과 함께 주자 견제 횟수 제한을 검토하는 것에 반색하며 "실제로 이뤄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경기 시간도 줄이고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KBO리그에서 도루왕 5번 하신 분이 김일권 선배님 뿐이다. 나도 해보고 싶다"며 5번째 도루왕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우승을 이룬 뒤 내년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박해민이 말한대로 이뤄졌다. LG는 우승을 차지했다. 박해민은 KT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신들린듯한 다이빙 캐치로 우승의 명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KBO는 얼마전 베이스 크기를 메이저리그처럼 18인치로 키우기로 했다. 도루하는 선수들에게 부상 위험이 줄어들었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박해민이 올시즌 톱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생겼다. 지난해 주로하위 타선에 나섰던 박해민이었지만 LG 염경엽 감독은 올시즌엔 박해민-홍창기로 1-2번을 구상하고 있다. 박해민과 홍창기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타순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도루를 많이 하기 위해선 출루를 많이 해야 하고 출루를 많이 하기 위해선 많은 타석에 서야 한다. 테이블 세터로 나서는 것이 하위 타선에 있는 것보다 도루왕에 오를 확률이 더 높아진다.
2024년. 박해민이 11년 연속 20도루와 함께 5번째 도루왕이 될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