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더 힘든 1년이었다. 고난의 2023년을 마친 1988년생 용띠 선수들은 다시 비상할까.
2024년은'청룡의 해'다. 새해를 맞아 KBO리그에서도 '용띠 스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대표 주자들은 단연 2000년생 용띠 선수들이다. 올해 24세인 노시환(한화) 원태인(삼성) 등 장차 한국 야구를 이끌어 나갈 투타 재목들이 2000년 용띠다.
하지만 또다른 용띠 선수들이 있다. 바로 1988년생 용띠 선수들이다. SSG 랜더스 김광현, KIA 타이거즈 양현종, NC 다이노스 손아섭과 이용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는 30대 중반을 넘어서 각 소속팀 최고참 대열에 올라선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40대 선수도 흔해진 최근 리그 분위기를 고려하면 여전히 이들이 주축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손아섭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타격 슬럼프로 고민도 깊었고, 스스로 절치부심했던 그는 2023시즌 타율 1위(0.339) 최다 안타 1위(187안타)로 타격 2관왕을 차지했다.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 '재기상'을 휩쓸며 제 2의 전성기를 알렸다.
하지만 동갑내기 다른 선수들은 힘든 1년을 보냈다. 김광현과 양현종, 이용찬은 지난해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되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힘겨웠다. 3월 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설상가상 대표팀 성적까지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결말을 맺으면서, 마음고생이 더 컸다. 김광현과 이용찬은 대회 기간 음주 파문까지 겪어 험난한 시즌을 치러야 했다.
WBC에서 어긋난 첫 단추는 정규 시즌 내내 발목을 붙잡는 모양새였다. 김광현도 불운과 부진의 엇박자가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9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은 결코 아니었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에이스'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양현종 역시 마찬가지. 올해 9승으로 연속 시즌 10승 기록이 8년에서 멈췄고, 등판 기복이 심해 고민이 컸다. 정규 시즌 막판 2경기 연속 맹렬한 호투를 펼치며 팀을 5강으로 이끌었지만, 개인으로는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NC 마무리 이용찬 역시 시즌 막판 부침을 겪었다. 특히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했지만, 이용찬 본인에게는 잇따른 실점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강인권 감독은 끝까지 이용찬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면서 다시 중심을 잡고 끝맺음은 잘할 수 있었다.
고난의 1년을 보낸 1988년생 용띠 선수들에게 2024년은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는 해다. 이제 선수 생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초라하게 내리막을 타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또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올해도 SSG와 KIA의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외국인 투수 교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젊은 선발 투수 등 변수가 많은 로테이션에서 두 사람은 아직도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용찬 또한 FA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아 한번 더 동기부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KBO리그 황금기를 이끌며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 이들은 2024년 청룡의 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