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원주 DB가 무려 18점 차의 열세를 뒤엎고 난적 울산 현대 모비스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DB는 5일 울산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현대모비스를 90대79로 눌렀다. 개막전 이후 파죽의 6연승.
디드릭 로슨이 36득점, 11리바운드로 승부처를 지배했고, 김종규(13득점) 이선 알바노(14득점) 강상재(10득점)도 고르게 활약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우석이 19득점을 올리면서 고군분투. 전체적으로 압박과 트랜지션은 좋았다. 전반 한 때 18점 차로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에이스 프림이 어이없는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승부처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은 경기 전 "세트 오펜스의 정교함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크다. 일단 속공과 얼리 오펜스의 공격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
또 하나는 현대모비스의 아킬레스건과 연관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리더를 하고 있는 중요한 흐름에서 소위 '날리는 공격'을 한다. 즉, 중요한 승부처에서 좀 더 효율적 슈팅 셀렉션, 좀 더 정확한 공격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원주 DB 김주성 감독은 "에너지 레벨에서 뒤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현 시점,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DB가 가장 균형 잡혀 있다. 디드릭 로슨과 이선 알바노의 내외곽에 걸친 원-투 펀치. 김종규와 강상재의 스피드를 갖춘 빅맨진. 그리고 김영현 최승욱 박인웅의 에너지 레벨을 갖춘 윙맨 자원과 노련한 박찬희도 있다. 단, 현대모비스는 에너지 레벨이 워낙 높은 팀이다. 자칫 방심하면 그대로 분위기를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다. 또, 올 시즌 패배가 없는 팀 분위기 상 자연스럽게 '정신적 해이함'이 있을 수 있다. DB가 강한 것은 전력 뿐만 아니라 높이와 스피드를 동시에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레벨이 높지 않으면 팀 자체가 '어정쩡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전반전
뚜껑이 열렸다. 현대모비스가 기세를 올렸다. 알바노와 로슨의 골밑 공격이 현대모비스의 높이에 차단 당했다. 현대모비스는 프림이 골밑에서 위력적이었따. 김국찬과 이우석이 프림에게 쏠린 DB의 수비 약점을 공략했다.
김국찬이 3점포를 쏘아 올렸고, 이우석이 골밑 돌파에 성공, 11-4로 리드. DB의 작전 타임.
하지만, DB는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모비스의 육탄방어, 수비 집중력이 돋보였다. 오히려 현대모비스는 얼리 오펜스 상황에서 3점슈터 김국찬의 3점포가 깨끗하게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상재가 자유투 2득점으로 흐름을 끊는 듯 했다. 하지만, 현대 모비스는 함지훈이 있었다. DB는 프림에게 더블팀. 반대 사이드 함지훈이 골밑으로 들어왔고, 프림의 절묘한 어시스트. 이후, 강상재의 볼을 스틸하면서 흐름을 이어갔다. 20-8, 현대모비스의 12점 차 리드.
반면, DB는 실책으로 흐름을 스스로 갉아 먹었다. 현대모비스는 속공으로 응징했다. 이우석의 바스켓 카운트 3점 플레이가 나왔다. 15점 차.
하지만, 현대모비스 김준일이 어설픈 패스로 실책. DB 로슨이 속공으로 응징했다. 단, DB는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김현호의 3점슛 실패. 이우석의 속공, 그리고 보너스 자유투가 들어가지 않자, 알루마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4점 플레이 완성. 결국 1쿼터는 현대 모비스가 완벽하게 앞서갔다. 경기 전 예상은 DB의 우세. 하지만, 현대 모비스는 강력한 에너지 레벨과 트랜지션 속공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도깨비 팀'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2쿼터 DB는 새롭게 영입한 2옵션 외국인 선수 제프 위디를 투입했다. 장신의 위디는 팀 플레이에 능한 수비형 빅맨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알루마를 주축으로 DB의 골밑을 집요하게 돌파, 연속 4득점. 33-16, 17점 차까지 리드를 벌렸다. 통상 20점 차이 이상으로 벌어지면, 추격하는 팀은 정말로 힘들어진다. 심리적 마지노선.
DB가 후반 승부를 제대로 걸기 위해서는 15점 차 이내로 추격권을 형성하는 게 중요했고, 현대모비스는 20점 차 이상 벌리면서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 DB 리더 강상재의 3점포가 터졌다. 14점 차, 그러자 조동현 현대 모비스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렀다.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현대모비스의 공격이 실패했다. 하지만, 노장 김현민이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 이후 김지완의 3점포가 터졌다. DB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 그러자, 현대모비스는 얼리 오펜스 김국찬의 미드 점퍼가 터졌다. 19점 차로 리드가 벌어졌다. DB의 작전타임. 추격의 심리적 마지노선 때문이었다.
DB는 일단 알바노가 3점포로 흐름을 끊었다. 이어, 현대모비스의 실책, 알바노와 로슨의 속공이 터졌다. 다시 14점 차. 그러자 현대모비스가 작전타임. 이대로 10점로 근접하면 클러치에 약점이 있는 현대모비스, 승부처 강력한 원-투 펀치가 있는 DB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분위기 싸움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전 타임 이후 첫 공격. 베테랑 김현민이 또 다시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후, 골밑슛까지 성공시켰다. 페이스를 찾은 DB는 김종규가 절묘한 컷인 이후 득점, 파울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13점 차 추격.
김종규가 또 다시 절묘한 세트 오펜스에 의한 골밑 슛 성공. DB는 프림이 들어오자, 더블팀. 더블팀 타이밍은 프림이 드리블을 할 때 감싸는 더블팀이었다.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프림의 터프샷이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DB의 기세가 오르려는 상황에서 현대모비스의 러키 샷. DB는 쉬운 골밑슛을 놓쳤다. 현대모비스는 또 다시 프림이 저돌적 골밑 돌파로 파울 자유투 2개를 얻었다.
DB는 김종규가 골밑슛을 성공시켰지만, 프림이 또 다시 응수. 이후, 로슨의 골밑 돌파를 프림이 블록.
로슨은 그동안 강력한 승부사로 농구 10단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전반만큼은 프림의 강력한 운동능력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현대모비스는 또 다시 속공, 김지완이 얻은 자유투 2방을 모두 성공.
전반, 예상을 뒤엎고 현대모비스가 큰 점수 차의 리드를 한 2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매치업 상성이다. 로슨은 프림의 운동능력에 고전했다. 로슨은 상대 선수에 따라 공략법을 달리한다. 자신보다 느린 선수가 있으면 골밑으로 파고들고, 기습적 3점포를 던진다. 반면, 파워에서 앞서면, 포스트 업 공략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하지만, 프림의 파워는 리그에서 최상급. 스피드도 로슨에게 뒤지지 않는다.
로슨이 막히면 알바노가 풀어야 하는데, 김태완 김지완의 압박 수비에 고전했다. 게다가 높이가 뛰어난 윙맨, 빅맨을 대거 보유한 현대모비스는 DB 김종규와 강상재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즉, 매치업 상성에서 현대모비스가 우위를 차지. 두번째는 DB의 골 결정력이었다. 유난히 DB의 슈팅 효율은 좋지 않았다. 내외곽에서 모두 그랬다. 그런 경우가 있다. 결국, 리바운드를 따낸 현대모비스는 빠른 속공으로 연결했고,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
전반은 54-40, 현대모비스의 14점 차 리드로 종료.
▶후반전
전반 DB의 3점슛 성공률은 13%(15개 시도 2개 성공), 전체 야투율이 29%였다.
단, DB는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모비스가 불안했다. 야투율은 '평균 수렴의 법칙'이 존재한다. 전반, 극심한 야투 난조를 보인 팀은 후반, 좋은 야투로 평균을 수렴한다는 의미. 농구판에 통용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무의식 중에 믿고 있는 법칙이다.
게다가 현대모비스는 승부처 흐름에 취약하다. 반면 DB는 로슨과 알바노의 원-투 펀치가 승부처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 지 알고 있다.
3쿼터 초반이 중요했다. DB 입장에서는 내심 기대했던, 현대 모비스 입장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곧바로 발생했다. DB가 김종규, 강상재의 골밑 돌파, 알바노의 속공으로 폭풍같은 추격을 했다. 3쿼터 2분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54-47, 7점 차까지 DB는 추격했다. 양팀의 물밑에 깔린 심리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승부는 원점이었다.
현대모비스의 작전타임. 그리고 대응이 좋았다. 전가의 보도 프림이 골밑에서 더블팀을 뚫고 득점. DB 수비가 가장 힘겨워하는 부분이다. 단, DB는 로슨이 공격리바운드 이후 풋백 득점.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현대모비스의 다음 공격도 좋았다. 프림이 포스트 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우석이 기습적으로 골밑 돌파.
그동안 현대모비스는 이런 승부처에서 단순한 외곽 공격으로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2차례 효율적 공격이 이어지자, DB의 상승세는 꺾였다.
단, 이때부터 로슨의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슈팅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로슨은 적극적 골밑 돌파로 연속 4득점. 이후 이우석의 리바운드를 스틸, 또 다시 풋백 득점. 결국 에이스 로슨의 맹활약으로 순식간에 58-55, 3점 차로 DB는 맹추격했다. 확실히 DB는 탄탄했다. 현대모비스의 작전타임.
현대모비스는 알루마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 이때부터 3~5점 차의 혈투가 벌어졌다. 9.2초를 남기고 로슨의 정면 3점슛이 백보드를 맞고 림을 통과, 반면 최진수의 3점포는 림을 빗나갔다. 67-67, 동점. 3쿼터 종료.
4쿼터 프림이 다시 들어왔다. 3쿼터 중반 이미 파울 3개. 프림이 들어오자, 함지훈과 하이-로 게임. 바스켓 카운트까지 성공. DB가 이날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현대모비스의 공격법이었다.
프림의 미드 점퍼. 높은 타점에서 쏘는 프림의 점퍼는 상당히 정확하다. 이때, 최승욱이 반격의 3점포를 쏘아올렸다.
현대모비스의 로슨 수비법은 효과적이었다. 함지훈이 일단 막고, 로슨이 볼을 소유할 경우, 프림이 하이 포스트 적절한 위치에서 대기. 결국, DB는 로슨의 투 카운트 패스에 의한 3점포를 강요하는 수비법. DB가 택할 수 있는 공격 중 가장 확률이 떨어지는 공격이었다. 결국, DB는 공격 실패, 현대모비스의 속공, 김지완의 골밑 돌파 이후 킥 아웃 패스. 이우석의 3점포가 림을 통과했다. 남은 시간은 7분43초, 75-70, 5점 차 현대 모비스의 리드.
프림과 함지훈의 조합이 있는 한 DB는 매치업 상성에서 확실히 불리해 보였다.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 알바노와 로슨 조합도 깨기가 쉽지 않았다.
단, 현대모비스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프림의 파울. 4파울로 파울 트러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혈질 프림은 모든 기량이 출중하지만, 쓸데없는 테크니컬 파울, 그리고 파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프림은 상대 더블팀에 실책. 이때 심판에게 항의하면서 공을 던졌다. 명확한 테크니컬 파울이었다. 5반칙 퇴장. 프림이 또 다시 '사고'를 쳤다.
로슨의 봉인이 풀렸다. 스텝 백 3점으로 간단하게 동점. 로슨의 골밑 돌파. 알루마로서는 로슨을 제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77-75, DB의 역전.
이우석이 실책을 범했다. 로슨의 절묘한 '손질'이 있었다. 이후 알루마와의 1대1 공격에서 또 다시 스텝백 미드 점퍼. 연속 7점.
현대모비스는 김준일의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알루마의 골밑슛. 2점 차.
로슨이 지치자, 알바노가 공격을 주도, 로슨에게 연결. 다시 박인웅에게 패스. 완벽한 오픈 3점슛 찬스가 났다. 깨끗하게 림을 통과. 로슨과 알바노의 무서운 점은 승부처에서 '냉혹'할 정도로 에이스 그래비티를 잘 활용한다는 데 있다. 두 선수는 이날 슈팅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흐름에 맞게 때로는 돌파, 로는 팀동료를 활용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갔다. 승리를 이끄는 에이스의 덕목이기도 했다.
DB의 5점 차 리드. 현대모비스의 3점포는 잇따라 림을 외면했다. 현대모비스 2옵션 알루마의 문제점은 느리면서, 승부처 득점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기종료 2분10초를 남기고 알바노의 3점포가 통과했다. 마치 현대모비스의 마지막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클러치 3점포였다. 결국 DB는 완벽하게 흐름을 장악했다.
DB는 이날 전체적으로 슈팅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트랜지션, 수비 압박에서도 현대모비스에서 밀렸다. 단, 흐름을 잡는 능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로슨과 알바노, 강상재가 중심을 이뤘다. 끈질기게 추격했고, 상대가 약점을 보일 때, 로슨과 알바노는 완벽하게 그 약점을 파고들었다. 개막 6연승, DB의 돌풍이 단지, 초반 반짝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입증했다. DB는 이제 SK와 KCC를 위협하는 다크호스 정도가 아니라, 그들과 견줄 수 있는, 그 이상의 전력을 갖춘 어엿한 우승후보다.
현대모비스는 '도깨비 팀' 다웠다. 경기를 치를수록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 면이 있다. 단, 프림의 마지막 테크니컬 파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신의 순간적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다. 수 차례 그렇게 하고 있다.
프림의 5반칙 퇴장으로 사실상 현대모비스는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팀원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쳤다. 프림이 이 약점만 고치면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하나다. 프림은 로슨과의 1대1 매치업에서도 오히려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단, 자신을 이기지 못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