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정 39회차를 지난 시점에서 다승왕 타이틀 경쟁에 불이 붙었다.
경정에서는 매년 2가지의 타이틀 경쟁이 펼쳐진다. 바로 상금왕과 다승왕 타이틀이다. 상금왕의 경우 연말 그랑프리 우승자에 따라 매년 순위가 바뀌곤 했다. 즉 조금 부진하더라도 그랑프리 결과에 따라 역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다승왕은 한 시즌 내내 꾸준함이 동반되어야 수상할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하겠다.
코로나로 인한 단축 시즌을 제외하고 역대 다승왕 선수를 살펴보면 7기 심상철 선수가 3회로 역대 최다 다승왕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1기 이응석과 곽현성, 2기 김종민과 이재학, 4기 어선규, 12기 조성인 선수가 각각 2회의 다승왕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 승수는 2005년 서화모(1기) 선수와 2006년 우진수(1기) 선수가 기록한 49승이다. 현재까지도 50승은 전인미답의 고지로 남아있다.
이처럼 일 년간의 꾸준함을 요구하는 다승왕 타이틀은 주로 선배 기수들이 독식해왔지만 올 시즌은 판도가 바뀌었다.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올해의 다승왕 경쟁이 경정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쟁쟁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첫 번째 후보는 현재 시즌 33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민준(13기)이다. 13기를 대표하는 선수로 작년 쿠리하라배 우승 이후 더욱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올해는 스포츠경향배까지 석권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대상경주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 뒤를 이어 김완석(10기)이 32승으로 김민준을 1승 차이로 바짝 추격하며 생애 첫 다승왕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올 시즌 플라잉으로 인해 앞으로 남은 대상경주 출전 자격은 상실했지만 2022년 스포츠경향배와 이사장배 우승 이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향해 정조준 중이다.
지금까지 여자 선수가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쥔 적은 없다. 하지만 올 시즌 새로운 기록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주는 선수가 있다. 바로 손지영(6기)이다. 현재 30승으로 여자 선수만 놓고 보면 한 시즌 최고 기록인 박정아(3기)의 32승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 6코스에서의 1착 확률이 저조하지만 기복 없는 스타트와 차분하고 노련한 1턴 전개를 펼치는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 하겠다.
최근 2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한 조성인(12기)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29승으로 선두와 4승 차이를 보이지만 모든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5, 6코스에서의 입상률이 높아 언제든지 반등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28승으로 5위를 달리고 있는 서 휘(11기)의 행보도 주목해야 겠다. 2019년 한 시즌 24승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후 4년 만에 자신의 최고 기록 갱신에 성공하며 이제는 30승 고지 및 다승왕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이서범 경정코리아 전문위원은 "선수들의 기량 평준화로 인해 50승 벽을 돌파할 선수가 나오기는 산술적으로 어렵다. 최근 5년 이내 기록을 감안할 때 45승 이상을 하면 다승왕 타이틀의 자력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수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 펼칠 진검 승부가 지금부터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