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NBA 동부 컨퍼런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보스턴 셀틱스가 속절없이 무너진다. 마이애미 히트에게 3전 전패. 급기야 3차전에서는 26점 차 대패를 당했다.
마이애미는 22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7전4선승제) 3차전에서 보스턴 셀틱스를 128대102, 26점 차로 대파했다.
올 시즌 NBA 플레이오프는 파란의 연속이다. 동부에는 마이애미, 서부에는 LA 레이커스가 주인공이다.
단, 파이널에서는 '정리'가 될 것으로 보였다. 보스턴과 덴버는 정규리그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고, 마이애미와 LA 레이커스의 돌풍은 여기까지인 듯 보였다.
전문가들의 예측 또한 다르지 않았다. 미국 CBS스포츠는 파이널 직전 긴급 설문조사를 8명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동부는 보스턴의 승리를 8명이 모두 예상했고, 서부는 7명이 덴버의 승리.
사실, 파이널 직전 예상을 보면 파란을 일으킬 확률이 높은 팀은 LA 레이커스였다. 여전히 현역 최고 수준의 '킹'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가 있고, 오스틴 리브스, 디앤젤로 러셀, 하치무라 루이, 데니스 슈뢰더 등 시리즈를 치를수록 '원팀'의 면모를 갖춘 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예상마저 빗나갔다. 덴버는 3전 전승으로 압도적 모습을 보이고 있고, 마이애미가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3전 전승으로 보스턴을 압살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급조된 '슈퍼팀'은 가라
올 시즌 NBA 플레이오프 최고이슈는 급조된 슈퍼팀의 몰락이다.
팀의 핵심 코어를 시즌 중 갈아치운 피닉스 선즈는 데빈 부커, 케빈 듀란트라는 완벽한 '사기 듀오'를 탄생시켰다. NBA 역사상 최고의 스코어러 듀오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듀란트를 내주면서 수비의 핵심 미겔 브릿지스를 브루클린 네츠에 내줘야 했고, 세컨 유닛 자원이 약화됐다. 결국 4강에서 덴버에게 완패.
LA 클리퍼스는 폴 조지의 시즌 아웃 부상으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반면, 강력한 코어들을 유지하면서 2~3년 간 조직력을 다진 팀들은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덴버가 대표적이다. 덴버는 MVP 레벨의 니콜라 요키치를 중심으로 자말 머레이가 있다. 원-투 펀치는 다년간 호흡을 맞췄다. 마이클 포터 주니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애런 고든, 콜드웰-포프, 브루스 브라운 등 팀 플레이에 능하고 원-투 펀치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배치하면서 팀 전력 자체를 극대화시켰다. 정규리그부터 꾸준히 1위를 달렸고,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흔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슈퍼스타들의 역할이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그래왔다.
하지만, 3점슛 비중의 상승, 강력한 트랜지션 농구, 세컨 유닛의 확대로 인해 슈퍼스타들의 영향력과 함께, 팀 스피드와 케미를 유지할 수 있는 롤 플레이어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덴버가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LA 레이커스가 파이널에 처한 '딜레마'도 승승장구했던 핵심 요인과 닮아있다.
LA 레이커스는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의 강력한 원-투 펀치에 러셀, 리브스 등 팀 조율과 팀 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을 배치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골든스테이트를 잡아냈다. 단, 현 시점 LA 레이커스의 코어와 조직력, 팀 케미는 덴버에 미치지 못한다. 즉, 매 경기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만, 결국 패배를 반복하고 있다.
▶'킹' 르브론보다 지미 '조던'
현 시점 플레이오프 MVP는 이 선수다. 마이애미 히트의 강력한 에이스 지미 버틀러(마이애미).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공수 겸장의 포워드다.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 제이슨 테이텀(보스턴)과 같은 화려함, 강력한, 임팩트는 2% 부족하다.
정규리그에서 MVP 레벨은 아니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강력하다. 마치 토론토 랩터스를 우승시킨 카와이 레너드를 보는 듯 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매 순간 클러치 타임에 가동하는 그의 득점력은 가공할 만하다. 게다가 맥을 짚는 수비력도 절정이다.
현지에서는 클러치 상황 마이클 조던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지미 조던'이라 부른다. 혹은 '쩌는 지미 버틀러(Jimmy Freaking Butler)'라고 한다. 프리킹(Freaking)은 욕설이지만, 강력한 감탄사로 쓰인다.
마이애미는 버틀러와 뱀 아데바요의 원-투 펀치가 근간이다.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던 타일러 히로는 시즌 아웃 부상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언드래프티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강력한 위력이다.
동부 파이널에서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은 마이애미 시스템과 보스턴의 시스템에서 각각 찾을 수 있다.
일단, 마이애미는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주도 하에 특유의 팀 문화가 있다.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질식시키는 '진흙탕 농구'에 능하다.
승부처 버틀러와 아데바요가 있는데, 이들이 '하드 캐리'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에이스 그래비티를 중심으로 나머지 선수들의 롤을 많이 부여한다. 게이브 빈센트, 맥스 스트러스, 던컨 로빈슨이 번갈아 활약한다. 정규리그 노쇠화 현상이 뚜렷했던 카일 라우리 역시 공수에서 거칠 것이 없다. 즉, 원-투 펀치를 형성한 상황에서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보스턴 역시 비슷한 팀 컬러를 가졌다. 정규리그 슈퍼 원-투 펀치로 불렸던 제이슨 테이텀, 제일린 브라운을 중심으로 강력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자랑한다. 올해의 수비수로 뽑힌 마커스 스마트를 중심으로 한 팀 수비도 견고하다.
단, 조직력의 '강력함'에서 차이가 있다. 마이애미는 상대의 약점을 제대로 찌르는 반면, 보스턴은 정규리그 전투력 그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
보스턴의 아킬레스건은 알 호포드와 로버트 윌리엄스가 번갈아 나오는 빅맨진이다. 호포드는 리그 최상급 스트레치 형 빅맨이다. 3점슛이 능하다. 하지만 느리다. 로버트 윌리엄스는 강력한 세로 수비 능력을 지니고 있다. 리그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블로커다. 단, 흐름을 읽는 능력, 상대 페이크에 속는 경험 부족이 약점이다.
마이애미는 호포드가 나올 때, 운동능력에서 앞서는 아데바요의 공격 리바운드와 2대2 공격으로 보스턴을 압박한다. 버틀러와 아데바요에 더블팀이 들어가면 외곽으로 아웃렛 패스, 확률높은 슈터들의 3점포가 터진다.
윌리엄스가 나올 때는 지미 버틀러를 중심으로 미드 레인지 공략을 한다. 윌리엄스의 수비 활동폭은 좁지 않지만, 페이크로 반칙을 유도한다.
즉, 보스턴의 어떤 빅맨이 나와도 마이애미는 가장 확률높은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고,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다. 반면 보스턴은 마이애미의 강력한 수비에 테이텀이 고군분투할 뿐, 나머지 선수들은 낮은 야투율로 고전하고 있다. 마이애미가 3전 전승으로 앞선 핵심이다. 클러치 상황에서는 버틀러를 내세우면서 최후의 일격을 한다.
파이널 직전 보스턴의 '재능'을 마이애미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다르다. 마이애미의 농익은 '조직력'을 보스턴의 설익은 '젊은 재능'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