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몇 년 전만 해도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항상 서부의 강호로 군림했다.
스몰 마켓이었지만, 효율적 투자와 강력한 코어를 바탕으로 LA 레이커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 빅 마켓 팀을 위협하는 혹은 능가하는 팀 전력을 유지했다.
2000년대, 2010년대 샌안토니오는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팀 던컨으로 대표되는 '빅3'를 앞세워 서부를 호령했다. 여기에 카와이 레너드까지 가세하면서 그들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리그 최고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까지 있었다.
그 시발점은 강력한 빅맨이었다. 1987년 데이비드 로빈슨(2m16)을 뽑았다. 4대 센터로 명성을 떨졌다. 1997년에는 팀 던컨(2m11)을 얻었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제대로 된 팀 코어를 손에 넣었다. 두 선수는 NBA 역사상 최고의 빅맨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팀 던컨은 파워포워드의 교과서로 불리면서 샌안토니오 왕조를 이끌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도 '투자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대형 FA를 잡을 수 없었고, '빅3'는 노쇠화됐다. 차례차례로 은퇴했고, 레너드는 부상으로 이적을 택했다.
단, 샌안토니오는 리빌딩은 길지 않을 전망이다. 올 시즌, 모든 팀들이 잡고 싶어하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 빅토르 웸반야마를 얻었다.
아직 결정나지 않았지만, 사실상 100%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17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3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뽑았다.
NBA는 노골적 탱킹을 막기 위해 순위에 따른 차등 확률을 부과한다. 올 시즌 정규리그 최저승률팀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휴스턴 로케츠, 샌안토니오 스퍼스 순이었다. 사실상 시즌 막판 가열찼던 '탱킹'은 웸반야마를 얻기 위한 노력이었다.
결국 샌안토니오가 1순위 픽을 얻었다. 샌안토니오는 1997년 팀 던컨 이후 26년 만에 신인드래프트 1순위 픽을 얻었다. 샬럿 호네츠,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휴스턴, 디트로이트가 각각 2~5순위 픽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팀이 꼭 필요한 시기에 신인 1순위 픽을 획득했다.
샌안토니오는 역대 세 차례 1순위 픽을 얻었는데, 지명한 선수들이 모두 NBA 레전드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미 로빈슨과 던컨은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다.
초특급센터 웸반야마는 올해 19세다. 2m24의 큰 키에 윙스팬이 2m44다. 윙스팬은 실측 키보다 농구에서 더 중요하다. 블록슛과 수비에서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콩고민주공화국의 이중 국적이다. 그의 아버지는 콩고에서 멀리뛰기 선수였고, 어머니는 프랑스 농구 선수였다. 2019년 낭테르 92, 2021년 ASVEL을 거쳐 현재 불로뉴르발루아 메트로폴리탄스 92에 소속돼 있다.
지금까지 없던 타입이다. '르브론 제임스 이후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몇몇 전문가들은 '르브론 이상 가는 재능'이라고 평가한다.
제임스 역시 이 평가에 동의한다. 그의 경기를 본 뒤 '웸반야마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유망주라 불리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잠재력 측면에서는 나보다 더 낫다'고 했다. 그는 유망주들을 '유니콘'이라 표현했지만, 웸반야마에 대해서는 '외계인'이라고 했다. 그동안 절대 볼 수 없는 타입의 선수라는 의미다.
2m24의 큰 키지만, 준수한 스피드와 스킬을 지니고 있다. 외곽에서 드리블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골밑돌파와 포스트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미드 점퍼, 3점슛도 자유자재로 쏜다.
일단, 블록슛 능력에서는 당장 NBA에서 최고 수준이다. 압도적 높이가 있다. 게다가 빅맨들의 약점인 가로수비(수비 활동력)에서도 약점이 없다. NBA에서 무조건 통할 수 있다는 첫번째 근거는 수비력 때문이다.
그는 큰 키에 비해 104㎏ 정도의 몸무게를 지니고 있다. 꾸준한 벌크업이 필요한 몸이다. 때문에 몸싸움에서 밀리면 외곽 중심의 그의 플레이는 당장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비는 아니다. 골밑에 버티는 것만으로도 상대 공격수들은 골밑 돌파를 포기해야 한다. 압도적 세로 수비 능력과 준수한 스피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력도 강력하다. 점퍼의 기복은 있지만, 슈팅 터치는 상당히 부드럽고, 슈팅 과정으로 가는 스킬 셋도 매우 좋다. 스텝 백 3점포를 던지고, 크로스 오버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골밑 돌파를 감행한다.
문에 그를 두고 '크리스탑스 포르징키스의 높이와 케빈 듀란트의 기술을 합쳐 놓은 선수'라고 평가한다. 정작 본인은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파워와 케빈 듀란트의 기술을 가지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지금도 사기적 능력을 지닌 두 선수의 강점을 합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선수가 나온다.
프랑스 리그,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프랑스 대표팀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평균 32분을 소화하고 있고, 자유투 성공률은 80%를 상회한다. 즉, 빅맨들이 가지는 고질적 자유투 약점도 없다.
한마디로 전무후무한 기량을 가진 사기적 캐릭터다. 물론 약점도 있다. 일단 내구성이다. 자이언 윌리엄슨과 같은 타입은 아니지만, 파워가 부족하다. NBA의 강한 몸싸움에 부상 위험이 있다. 게다가 부족한 파워와 외곽 중심의 공격력 때문에 슈팅 효율에 대한 의문점은 있다. 그러나, 웸반야마의 압도적 잠재력에 이같은 약점은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벌크업을 하고, 파워를 증가시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NBA에서는 신인들이 들어오면 '컴패리즌 선수'를 결합시킨다. '이 선수가 발전하면 스타일이 비슷한 NBA 정상급 A 선수 정도 된다'는 비교다. 그런데 웸반야마는 잠재력의 능력치에서 르브론과 비교될 뿐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 비교할 선수가 없다. 때문에 '포르징키스+듀란트', '아데토쿤보+듀란트'의 공식이 나온다.
NBA 30개 구단 모든 팀들이 웸반야마를 원했던 이유다.
당연히 샌안토니오는 웸반야마를 지명한다. 샌안토니오는 최근 4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전략적 후퇴였고, 리빌딩은 이제 끝났다. 샌안토니오가 다시 리그를 호령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웸반야마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