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의 실력은 공평하지 않다."
PGA(미국프로골프)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출전을 선언한 가레스 베일(웨일스)을 지켜본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욘 람(스페인)의 촌평이다.
최근 베일과 함께 훈련한 람은 "나는 베일에게 '축구와 골프를 동시에 잘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실력을 직접 본 뒤 놀랐다"며 "축구 선수가 이 정도로 뛰어난 골프 재능을 갖추긴 힘들다. (베일이 축구와 골프를 모두 잘 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베일은 (축구계에서 은퇴해) 골프 연습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실력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남자 골퍼 중 한 명이 고작 '아마추어 골퍼'에게 이런 멘트를 하기란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베일의 골프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이길래 람이 이런 극찬을 내놓은 것일까.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지난 11일 '2022년 말 기준으로 베일의 골프 핸디캡은 2'라고 전했다. 18홀 라운드 타수에서 기준타인 72를 빼는 핸디캡은 남녀노소 신체 조건과 실력 차에 관계 없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골퍼의 잠재력을 수치로 표현한 것. 스크래치 골퍼(핸디캡 0)는 아니지만, 프로 골퍼들의 아마추어 시절 핸디캡이 1~6 사이인 점을 고려할 때 베일의 핸디캡은 이미 프로 무대 도전을 선언할 정도의 실력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2015년 당시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던 베일의 핸디캡을 '훌륭한 6'으로 전한 바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전소속팀 토트넘으로 임대될 당시인 2020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6홀 경기 당시 핸디캡 3~4의 실력을 드러냈다. 클럽, 대표팀을 오가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골프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켰다.
베일의 '골프 사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억유로(약 1314억원)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이적 당시인 2013년에도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이후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3연패 등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도 했으나, 잦은 부상과 사령탑과의 불화 속에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와중에 골프 삼매경에 빠진 모습으로 비난을 받았다. 2019년엔 팀 동료인 골피커 티보 쿠르투아(벨기에)로부터 '골퍼'로 지칭되기도 했다. 베일은 비시즌 휴식기에도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그는 당시 "내겐 축구가 항상 첫 번째다. 골프는 다른 이들처럼 내 취미생활이다"라고 강조하면서도 "골프는 나를 더 차분하게 해주고 축구를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베일은 웨일스 카디프 자택에 파3 코스도 갖추고 있다. 미국 TPC소그래스 17번홀,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의 포스티지 스탬프(8번홀), 미국 오거스타 12번홀 등 세계 유명 코스를 본떠 만들었다. 베일은 "세 코스 모두 정확히 같은 길이와 넓이는 아니기에 모방품"이라고 말했으나, 향후 코스를 확장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