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 나이 31세. 한창 나이에 유니폼을 벗게 됐다. 하지만 현역 연장을 원하는 조무근(31)의 열정은 아직 뜨겁다.
짧았지만 '국가대표 불펜'으로 주목받았다. FA 황재균의 보상선수로 지명받을 만큼 기대치도 컸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지 5년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조무근은 지난 18일 구단으로부터 정식 방출 통보를 받았다.
조무근은 "올해초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를 너무 서둘렀던 것 같다"고 했다. 프로 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너무 무리했고, 조급했다"며 속상해했다.
상원고 시절부터 2m 장신 투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뜻밖의 미지명. 신고선수 제안을 뿌리치고 전액 장학금을 제안한 성균관대에 몸담았다. 4년 뒤 재도전에선 KT의 2차 6라운드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그리고 데뷔 첫해. 조무근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난 1년이었다. 구속을 최고 150㎞까지 끌어올렸고, 장시환-김재윤과 함께 KT의 필승조로 맹활약했다. 이해 43경기(선발 1)에 등판, 8승5패 4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1.88의 호성적을 냈다.
이해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신인상 경쟁을 펼쳤다. 3명 중 유일한 '순수 신인'이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조무근은 "정말 신나게 공을 던졌다.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대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아픈 곳이 전혀 없었다"며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첫 해의 무리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겼다. 조무근은 이해 1군에서만 71⅔이닝을 던졌다. 2군(26⅔이닝)을 합치면 무려 98⅓이닝에 달한다. 시즌 후에는 프리미어12까지 참여, 우승에 공헌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어야 하는데…. 대표팀 다녀오고 나서 어깨에 이상이 생겼다. 그런데 작년에 해놓은 게 있으니까 더 보여주려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다 결국 탈이 났다."
한때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로 투구폼을 바꿀 만큼 어깨 통증이 심했다. 현재는 스스로에게 딱 맞는 폼을 뒤늦게 찾았다고. 조무근은 "원래 투구폼이 진짜 안 좋은 폼이다.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다보니 결국 부상이 생겼다. 내가 만약 코치를 할 기회가 생기거나, 후배들을 가르치게 되면 그 폼은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회복무요원 생활 동안 몸관리가 잘됐다. 지난해말 소집해제 후 '기회가 왔다'는 조무근. 하지만 올해 1월 팔꿈치에 뼛조각 충돌 증상이 생겼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었다. 보통 복귀까지 6개월, 구속 회복에는 1년이 걸리는 수술이다. 하지만 조무근의 마음은 급했고, 최대한 빠르게 복귀했다. 올해 첫 1군 콜업이 8월이었다. 시즌 막판에야 비로소 제 컨디션을 되찾은 그는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사이 소속팀의 인내심이 다했다.
방출 직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족과 여행을 가는 것. 매년 프로야구 선수로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돌보지 못했던 아내와 딸에게 항상 미안함이 남아있었다. 3일간 짧은 휴가를 마친 그는 다시 투구 훈련에 열중하며 새 팀을 찾고 있다.
현재는 부산정보고에서 훈련중이다. 조무근은 "어린 친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의욕이 샘솟는다"고 강조했다. 다시 프로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천하의 황재균 보상선수로 왔는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해 롯데 팬들께 아쉽고 죄송하다. 그래도 아내와 딸이 있어 버틴다. 새 팀에서 인사드릴 날을 기대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