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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문화계에 점점 늘어나는 장애인 참여 트렌드, 인식 개선과 차별 해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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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가 자신을 소개할 때 쓰는 문구로, 자신의 이름(우영우)이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쓴다.

동시에 다른 의미도 찾을 수 있다. 조금만 시각을 돌려서 본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사실은 별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마치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회문자'들처럼, 같은 인격체라는 면에서 바라본다면 장애인·비장애인의 경계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이런 관점을 우리 사회에 널리 퍼트리기 위한 노력이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시작한 글로벌 장애인식 개선 운동 '위더피프틴(#WeThe15)'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이미 1년여 전 도쿄패럴림픽 현장서부터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WeThe15'의 연대활동이다. '전세계 인구의 15%가 장애인'이라는 의미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경계를 허물어 차별을 종식하자는 글로벌 인권운동이다. 여기에 국내 각계각층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최근 체육·문화계 전반에 걸쳐 장애인들의 직접 참여 또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변호사로 활동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약 10년 전 KBS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고, 급기야 미국 방송사가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까지 했던 '굿 닥터'를 연상케 한다. 주인공이 변호사(우영우)와 의사(굿 닥터)라는 설정 차이가 있지만, 서번트 신드롬을 동반한 자폐스펙트럼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비장애인들에게 다소 생소했던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특징과 그들의 애환, 또 비장애인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차별적 행동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드라마의 방영 이후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도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가진 부모들 사이에서도 '힐링 된다'는 공감의 시선, '내 아이와 비교된다'는 불편한 시선이 오가고 있지만, 문화 콘텐츠의 힘은 바로 이런 다양성과 여기서 파생되는 진솔한 담론에서 나온다. 애써 큰 목소리로 가르치려 하지 않고, 감동과 재미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나간다.

'장애인 설정 인물'이 아닌 실제 장애인이 직접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잔잔하게 풀어낸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극중 영옥(한지민 역)의 쌍둥이 언니로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이자 그림에 소질이 있는 영희가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 인물을 연기한 사람은 실제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이자 캐리커처 작가 겸 배우인 정은혜씨다.

정씨는 드라마나 개인 작품활동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했다.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에서 현실적인 연기로 20대 중반 발달장애인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경쟁 틈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은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발달장애인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비장애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의 활동 영역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7월부터 기관 사보인 'KPC SPORTS' 표지에 정은혜씨의 작품을 실었다. 이번에는 엄연한 '캐리커처·일러스트 작가 정은혜'로서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협업을 진행한 것이다. 7월호부터 10개월간 직접 표지를 그리기로 했다.

국내 문화·스포츠계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과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 등장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 능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단시간 내에 이뤄지긴 어렵다. 하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런 트렌드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이미 긍정적인 변화의 궤도로 진입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