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반즈 너무 잘 던진다. 무엇보다 이닝수가 부럽다. 기복없이 꾸준히 잘하는 투수다,"
디펜딩챔피언도, 3년 연속 최하위의 부진에 빠진 팀도, 롯데 자이언츠를 바라보는 마음은 같았다. 상대 사령탑들의 시선은 에이스 찰리 반즈(27)를 향했다.
한화는 전반기 내내 부상에 시달린 라이언 카펜터-닉 킹험을 모두 퇴출하고, 예프리 라미레즈와 펠릭스 페냐를 새롭게 영입했다. 선발진 고민에 머리를 감쌌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속내가 든든해졌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반즈는 전반기 내내 정말 잘 던졌다. 반즈를 보면 아쉬우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든다"며 웃었다.
외국인 투수로 인한 마음 고생이라면 이강철 감독도 만만찮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를 떠나보냈고, 한국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는 데스파이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새로 영입된 웨스 벤자민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반즈는 올해 전반기 대부분을 4일 휴식으로 소화하며 무려 20경기에 선발등판, 124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74를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이 엄살섞어 "반즈 상대할 생각하면 속이 답답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반즈는 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쾌투,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로선 6월말 두산과의 3연전(1승1무, 1경기 우천취소) 이후 2주만에 맛본 위닝시리즈의 기쁨이자 반즈 개인에겐 전반기만에 9승을 달성한 경기였다.
경기 후 만난 반즈는 "불펜 투수들을 항상 믿고 있다. 특히 최준용은 주자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도 삼진 3개를 잡아내며 잘 막아줬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며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매경기 임하는 목표는 같다. 마운드 위에서 내려올 때, 우리 팀이 이기고 있었으면 좋겠다"며 에이스다운 마음가짐도 밝혔다.
전반기 상대했던 타자들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는 KT 박병호를 뽑았다. 박병호는 반즈 상대로 5월 3일 쏘아올린 비거리 125m의 투런포 포함 8타수 3안타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즈는 "각 팀마다 1,2명씩 꼽을 수 있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박병호다. 홈런 1위고, 내게도 홈런을 쳤기 때문"이라며 후반기 복수전을 다짐했다.
반즈는 가족들과 함께 바다에 가는 등 올스타 휴식기를 즐겁게 보낼 예정. "전반기에 아쉬웠던 점을 보강해 더 날카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