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라파엘 나달(4위·스페인)이 결국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4035만 파운드·약 642억3000만원) 준결승에서 기권했다.
나달은 8일(한국시각) 대회가 열리고 있는 영국 올잉글랜드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근이 찢어져 대회에서 기권한다"고 밝혔다. 나달은 "온종일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생각했는데, 계속 대회를 소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말하게 돼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이로써 나달은 2010년 대회 이후 12년 만의 윔블던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나달은 2018년, 2019년 대회에 이어 3번 연속으로 4강에서 도전을 끝냈다. 2020년 대회는 코로나19 탓에 열리지 못했고, 2021년 대회는 나달이 불참했다.
나달의 23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도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22회 우승으로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한 나달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나란히 20회 우승을 기록 중인 노바크 조코비치(3위·세르비아), 로저 페더러(97위·스위스)와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팬들이 내심 기대하던 캘린더 그랜드슬램도 올해는 불가능해졌다. 앞서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나달은 이번 윔블던에 이어 US오픈에서도 우승하면 사상 3번째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을 모두 제패한 사례는 1938년 돈 버지(미국), 1962년과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등 총 세 번 있었다.
나달은 고질인 왼발 부상 탓에 어렵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이달 초 끝난 프랑스오픈 이후 실전을 치르지 않았고, 부상 부위 회복에만 전념했다. 걱정했던 발이 아닌 복근이 발목을 잡았다. 8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14위·미국)와 대결하던 중 복부에 통증을 느꼈고, 2세트 중에는 메디컬 타임아웃을 썼다. 진통제, 소염제를 먹고 복부에 테이핑까지 한 뒤 코트로 돌아와 마지막 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4시간 21분 혈투 끝에 3대2로 역전승했다.
어렵게 4강에 올랐으나, 올해로 36세인 나달은 더 오래 경쟁하기 위해 이번에는 멈추기로 했다. 나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 타이틀이 아닌 행복"이라면서 "한 경기를 위해 2~3달 대회에 못 나갈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남자 단식 경쟁 구도는 조코비치와 캐머런 노리(12위·영국), 닉 키리오스(40위·호주)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나달의 기권으로 결승에 직행한 키리오스가 조코비치와 노리 경기 승자와 대결하는 대진이다. 키리오스는 나달이 기권한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 "모두가 나달이 건강을 되찾고 다시 코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