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구FC의 맏형' 이근호(37)가 허허 웃었다. 2004년 프로에 입문한 이근호는 그라운드 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했다. K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베테랑이다. 이근호는 "(현역에서 뛰는) 형들이 많지 않다. 이제는 지도자를 하는 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하대성도 강원FC에서 코치를 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첫째'는 아니다. 괜찮다. 동기 중에선 박주영(울산 현대), 김창수 강민수(이상 인천 유나이티드)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도 현역 생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개막 전 인터뷰에서 올해를 '보너스와 같은 1년'이라고 표현했다. 이근호는 "솔직히 지난 시즌 마무리하고 선수 생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마무리할 때가 되기도 했다고 고민했다. 이 시기가 되면 다들 고민을 할거다.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억지로 끌고 가고 싶진 않았다. 운동장에서 뛸 때가 좋다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팀이 아닌) 오직 나 개인을 위해선 억지로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잡았다. 이근호는 "조광래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내게 아직 '쓰임새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단순히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의 쓰임새가 아니었다. 운동장 안에서의 역할도 말씀을 해주셨다. 정 안되면 6개월 하다가 대팍에서 멋있게 은퇴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씀도 해주셨다. 오히려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6월이다. 다행히 올해 상태 괜찮은 것 같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부상 없이 하고 있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근호는 대구에서 다시 한 번 '해피엔딩'을 꿈꾼다. 그는 대구에서 처음 뛴 2007∼2008년 펄펄 날았다. 두 시즌 동안 리그 59경기에서 23골-9도움을 기록했다. 2년 연속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대구의 태양 엠블럼에서 유래한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대구에서의 생활이 재미있다. 선수들도 좋고, 환경도 좋다. 축구도 재미있다. 내 역할도 할 수 있어서 좋다. 성적도 잘 나왔다. 후배들과 나이 차이가 나지만 나이를 잊고 지내고 있다. 다만, 초반에 준비 기간이 짧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아직 만족할 순위는 아니다. 더 올라가야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15경기에서 4승6무5패(승점 18)를 기록했다. 6위에 랭크돼 있다.
이근호는 "시즌을 치르면서 팀이 완성도를 갖춰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위로 가야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이 걸린 3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FA)컵도 욕심이 난다. 트로피를 하나 들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는 18일 성남FC와의 대결을 시작으로 후반기 열전에 돌입한다. 이근호는 A매치 휴식기 동안 굵은 땀을 흘리며 각오를 다잡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