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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기 보다 지키기' 챔피언의 품격을 보여준 마지막 홀 짜릿한 이글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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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2라운드에서 버디를 무려 18개나 잡아냈던 디펜딩 챔피언.

최종 3라운드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핀 위치만으로도 전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골프.

우승자가 결정되는 최종 라운드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을까. 속된 말로 '못되게' 꽂아놓았다. 그만큼 어려운 위치. 실제 대부분 선수들의 3라운드 스코어가 가장 좋지 않았다.

1타 앞선 채 맞이한 최종라운드. 1타 차로 쫓고있는 퍼트의 달인 송가은과 드라이버 비거리가 자신보다 평균 약 10야드씩 더 나가는 장타자 김민주가 2타 차 동반자로 나섰다.

최종라운드에 들어가면서 심플하게 생각을 바꿨다. '나만 어렵겠는가' 하는 생각. 줄이기 보다 지키기에 주력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생각이 몸을 이끌었다. 박민지는 17번 홀까지 올 파 행진을 이어갔다. 전략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동반자들도 타수를 크게 줄이지 못했다. 송가은은 버디 2개, 보기 5개로 3타를 잃었다. 김민주도 17번 홀까지 버디 3개,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박민지는 542야드로 짧은 18번 홀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205야드 남은 거리에서 유틸리티 클럽으로 두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린 뒤 5m가 살짝 넘는 이글 퍼팅을 성공시켰다. 더 이상 변수는 없었다. 우승 퍼트를 성공시킨 박민지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었다.

박민지(24)가 올 시즌 두 번째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올시즌 KLPGA 선수 중 처음으로 2승 고지에 올랐다.

박민지는 12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NH 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올 시즌 두 번째이자, 통산 12번째 우승.

장타왕도, 퍼팅왕도 넘어설 수 없었다.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품격이 다른 우승이었다.

생각의 힘을 확인했던 대회. 1,2라운드에서 보기 후 버디로 바로 반등한 비결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자신감이 있었어요. 버디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강했기 때문에 연연하지 않았죠. '보기해도 뭐 버디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원하는 대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 마음고생이 골프퀸을 한 뼘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매 순간, 매 홀에 집중하는 카르페디엠. 대회 2연패와 함께 올시즌 첫 다승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멀리 생각하지 않고 했어요. 제가 한 대회, 한 대회 출전하는 이유는 우승하기 위해서잖아요. 그 외에는 아무 생각을 안해요. 앞으로도 오로지 매 순간에 집중하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박민지를 끝까지 긴장시킨 신인 김민주(20)가 3타차 준우승(11언더파 205타)을 차지했다. 같은날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7천48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PGA 선수권대회에서는 데뷔 3년 차 신상훈(24)이 데뷔 첫승을 거뒀다.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최종 17언더파 267타로 2위 황중곤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에서 10언더파 코스레코드를 작성하며 2위에 오른 신상훈은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6타를 줄이며 역전우승을 완성했다. 신상훈의 우승으로 올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치러진 7개 대회 중 4개 대회서 4명의 선수가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