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5일에는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남부지방과 일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비가 내리면서 KBO리그도 5경기 중 3경기가 우천 순연됐다.
유독 올해 봄과 초여름이 가물다. 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도 매일 물을 대는 것이 큰 일일 만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가 국가적인 근심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KBO리그 일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KBO리그가 공식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전국 9개 구장 중 '뚜껑'이 있는 돔구장은 서울 고척스카이돔 1개 뿐이다. 나머지 구장들은 날씨에 따라 경기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6월 6일을 기준으로, 작년과 올해 우천 취소 경기수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지난해에는 4월 3일 개막 이후 6월 6일까지 무려 39경기(더블헤더 중복 취소 포함)가 우천 취소됐다. 심지어 개막전이었던 4월 3일 5경기 중 4경기가 많은 비로 취소됐었다. 유일하게 열린 경기는 고척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물론 작년에는 주말 경기 우천 취소시 더블 헤더 개최 등 빠듯한 일정으로 인한 추가 장치가 마련됐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해도 유독 비가 잦은 봄이었다. 두산과 SSG는 지난해 같은 기간 무려 10차례나 우천 취소 경기가 나왔었고, KIA 타이거즈, KT 위즈 등이 9번 취소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 이후 리그 전체를 통틀어 6경기 취소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지난 5일 내린 비로 인해 창원(롯데-NC전), 대구(두산-삼성전), 대전(키움-한화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3경기가 취소되면서 6경기로 늘어났고, 그 전까지는 3경기 취소에 불과했다.
현재까지 두산이 3경기 취소로 우천 순연 경기가 가장 많고, LG와 SSG는 한번도 순연된 경기가 없다.
경기를 일정대로 소화하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당장 하루하루만 바라보며 전력을 꾸리는 현장에서는 내심 우천 순연을 기다리게 되기도 한다. 작년에는 도쿄올림픽 대표팀 참가 등으로 빠듯한 일정 때문에 잦은 우천 순연이 반갑지 않았지만, 올해는 아시안게임도 취소되면서 상대적으로 일정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비가 적게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팀별로 마운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불펜진 과부하를 줄이는 팀이 '롱런'할 수 있다. 기록에서도 이미 차이가 난다. 4월 KBO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3.41이었고, 그중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3.42에 불과했다. 그러나 5월에는 전체 평균자책점이 4.29, 불펜진은 4.64로 급증했다. 물론 현장에서는 스트라이크존 변화 등을 이유로 꼽고있지만, 불펜진 피로도가 빠르게 누적되는 팀들이 있어 이런 점들이 성적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순위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중위권은 중위권대로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순위표도 함께 요동치고 있다. 불펜 체력 안배와 등판 간격 조정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