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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닝 65구 5실점→타선 폭발→승리 요건 달성, 대투수의 어느날[잠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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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31일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른 '대투수'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은 지옥과 천당을 동시에 봤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양현종은 1회말 선두 타자 허경민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의 142㎞ 직구를 뿌렸다. 하지만 공이 허경민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고, 좌월 선제 솔로포로 연결돼 첫 실점했다. 양현종은 페르난데스를 삼진 처리했으나, 강승호에 볼넷을 내줬다.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은 양현종은 포수 박동원이 강승호의 도루 시도를 저지하면서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회말에도 양현종의 난조는 이어졌다. 양석환, 김재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양현종은 정수빈의 번트 타구를 잡은 박동원의 2루 송구가 성공해 아웃카운트를 버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산 벤치에서 신청한 비디오판독 결과 세이프로 정정돼 무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이어진 장승현 타석에선 땅볼 타구가 유격수 박찬호의 글러브에 맞고 굴절돼 내야 안타가 되면서 추가 실점했다. 양현종은 안권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허경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점수와 아웃카운트를 맞바꿨다. 그러나 두산 1, 3루 주자 더블 스틸 과정에서 박동원의 송구를 커트, 다시 홈으로 뿌리는 과정에서 실책을 범해 다시 실점했다. 페르난데스에게도 적시타를 맞은 양현종은 강승호를 뜬공 처리하면서 겨우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2회까지 투구수가 65개에 달했다.

5점차까지 벌어진 상황. KIA 벤치는 양현종에게 그대로 마운드를 맡기는 쪽을 택했다. 초반 실점은 뼈아팠지만, 에이스가 안정을 찾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채워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3회를 삼자 범퇴 처리한 양현종은 4회 정수빈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장승현을 병살타, 안권수를 땅볼 처리하면서 타선 지원을 기다렸다.

양현종이 안정을 찾자, KIA 타선은 곧바로 화답했다. 5회초에만 대거 6득점 빅이닝을 만들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2점을 뽑은 KIA의 기세를 막기 위해 두산 벤치가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최승용을 불러들이고 김강률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KIA는 나성범의 적시타에 이어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역전 스리런포까지 보태 역전에 성공했다.

양현종은 5회말 허경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페르난데스에 볼넷을 내줬다. 1사 1루에서 만난 강승호를 상대로 유격수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웠다.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운 KIA 팬들은 "양현종!"을 연호했다. 초반 난조에도 끝까지 버틴 에이스와 벤치의 판단, 타선 지원이 만들어낸 하모니였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