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못 던지면 연락하지 말라고 하던데…오늘은 해도 될 것 같다. '잘했다'는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한화 이글스 장민재가 모처럼 상쾌한 승리에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장민재는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등판, 5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타선이 안타 없이 착실하게 2점을 적립했고, '독수리 해결사' 이진영이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는 전날 두산 베어스전 21점차(3대24) 대패의 기억을 잊고, 상큼한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경기 후 만난 장민재는 "어제 경기의 영향은 없었던 것 같다. 한 경기 진 거고 오늘 경기를 잘 준비했다. 야수들도 열심히 도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원래 그런 경기를 하고 나면 다음 경기는 잘 치르게 되더라"고 말했다.
절친한 선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이날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장민재는 선발등판일이었지만, 류현진의 경기를 챙겨봤다고. 두 사람은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한 이래 매년 겨울 훈련을 함께 해온 사이다.
그는 "저번 경기부터 로테이션이 맞았다. 경기 보니까 잘 던지더라. 축하 문자 보냈는데, 오늘 내 경기가 있는 걸 아니까 농담삼아 '잘 던지면 연락하고 못 던지면 연락하지 마라'고 하더라. 오늘은 연락하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현진이 형도 내 경기를 꾸준히 챙겨보면서 조언을 해준다. 그냥 잘 던졌으면 '잘했다'고 한다. 진지하게 야구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지난 경기 때 제구가 안되서 난타를 당했는데, 오늘은 지난 경기처럼만 안 던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오늘은 제구가 잘 되더라. 못던지는 너클볼 빼고 가진 변화구 다 던진 거 같다"고 설명했다.
5이닝 78구만에 교체된데 대해서는 "욕심은 있었지만, 감독님께서 '필승조가 힘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씀하셨다. 점수도 1-0이었으니까 기분좋을 때 끝냈다"고 덧붙였다.
올시즌에도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4월말부터 외국인 투수들이 잇따라 부상 이탈하면서 선발로 옮겼다. 시즌 첫승을 올린 지난 15일 롯데전에는 더그아웃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장민재는 "오늘은 마음속으로 이기자는 생각만 했다. 홈런 친 (이)진영이한테 밥한번 사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5~6년전만 해도 팀내 투수진 막내 취급을 받던 장민재는 어느새 고참, 베테랑이 됐다. 그는 "선후배간의 좋은 시너지가 나오고 있다. 이글스가 좀더 높이 날았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자신감이 붙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