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주자는 내보냈어도 실점은 없었던 수아레즈.
3-0으로 앞선 6회초 갑자기 흔들렸다. 1사 후 조수행을 안타로 출루시킨 뒤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1사 만루. 자칫 역전 위기까지 이어질 위태로운 상황.
가뜩이나 최고 외인 타자 페르난데스 타석이었다. 고심하던 삼성 벤치가 결단을 내렸다.
좌완 이승현(20)을 조기 투입했다. 공격적 피칭으로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이승현은 1B2S에서 슬라이더 유인구를 연속으로 던졌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풀카운트에서 7구째. 바깥쪽 빠른 볼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이승현 김태군 배터리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132㎞ 슬라이더가 몸쪽 낮은 코스를 통과했다. 문승훈 주심이 요란하게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루킹 삼진. 의외의 볼 배합에 놀란 페르난데스가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한참을 아쉬워 했다.
기세가 오른 이승현은 최근 뜨거운 박세혁 마저 뜬공 처리하고 수아레즈의 실점을 1점으로 막아줬다. 4대3 승리와 4연승에 있어 중요한 승부처였다.
경기 후 이승현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좌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마운드에 올라가는 비율이 많잖아요. 바깥쪽만 계속 던지다 보니까 이제 타자들도 몸 쪽을 아예 버리고 바깥쪽만 보고 들어오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올해는 좀 몸쪽과 바깥쪽 비율에 신경을 좀 쓰다 보니까 이제 타자들도 몸쪽울 신경쓰면서 들어오게 되는 것 같아요. (페르난데스) 타자는 풀카운트에 또 만루니까 바깥쪽 직구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승의 날을 맞아 야구장을 찾은 은사님 앞에서의 활약. 감회가 새로웠다.
이날은 경복중 시절 사령탑이었던 원민구 전 감독이 시구를 맡았다. 원태인 선배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스승. 김상수 구자욱 이승현 등 삼성을 이끄는 스타플레이어의 화려한 오늘을 있게 한 잊을 수 없는 은사다.
구자욱이 시타를 아들 원태인이 시포를 맡았다. 이승현은 마운드에 오르는 원 전 감독의 가슴에 정성껏 꽃을 달아드렸다.
영상편지에서 이승현은 "사고만 치던 저를 야구선수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뭉클한 순간이었다.
"중학교 때는 어려서 그랬는지 장난기 많은 악동이었어요. 감독님 코치님께서 야구보다 인성을 먼저 갖춘 선수가 되라고 하셨죠. 감회가 새로웠고 감독님 앞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려 좋았습니다."
오승환의 뒤를 이을 차세대 마무리 후보. 두번째 시즌을 맞아 옛 스승 앞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필살기를 선보이며 연승을 이끌었다. 이제는 어느덧 삼성 불펜의 어엿한 기둥 투수로 폭풍 성장한 동량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