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0년 만에 입은 친정팀 유니폼의 기운 탓일까.
KIA 타이거즈 불펜에 합류한 좌완 김정빈(28)의 공이 예사롭지 않다. 김정빈은 13일 잠실 LG전에서 1⅓이닝을 던져 안타 없이 볼넷, 삼진 각각 1개씩을 기록하며 무실점을 기록한데 이어, 15일 LG전에선 팀이 2-4로 뒤진 6회말 1사 2, 3루에서 등판해 희생플라이 1개를 내주긴 했으나 7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두 경기 모두 멀티이닝을 소화하면서 제몫을 해줬다.
김정빈은 지난 9일 임석진과 함께 김민식의 트레이드 상대로 SSG 랜더스에서 KIA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트레이드에 앞선 퓨처스(2군) 경기 등판에서 담 증세를 보여 우려를 샀던 김정빈은 조정 기간을 거쳐 13일 콜업됐고, 곧바로 투입된 실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KIA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김정빈의 투구를 지켜본 KIA 김종국 감독도 만족스런 눈치. 김 감독은 김정빈의 첫 투구를 지켜본 뒤 "직구 구위 자체에 힘이 있더라. 새로운 팀에서 긴장감, 어색함이 있었을텐데 잘 해줬다. 앞으로 점점 컨트롤도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흡족해 했다.
KIA는 트레이드 당시 김정빈이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던 모습을 기대했다. 당시 김정빈은 최고 구속 148㎞ 직구와 다채로운 변화구를 앞세워 57경기 47⅓이닝에서 1승1패1세이브10홀드를 기록한 바 있다. 선발 보직을 맡았던 지난해 1군에서 6경기 17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지만, 이런 실패가 KIA에선 반등의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이준영(30), 최지민(19)으로 편중된 불펜 좌완 요원 문제도 풀어줄 자원이 될 것으로 여겼다. 두 번의 등판을 통해 김정빈은 이런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
광주화정초-무등중-화순고을 거친 김정빈에게 KIA는 익숙한 팀이다. 스스로 "타이거즈는 무등산 호랑이 정기를 받은 팀 아닌가(웃음). 고향 팀이라 그런지 정이 간다"고 밝힐 정도. 반등을 향한 동기부여도 남다른 눈치다. '투수왕국' KIA가 또 하나의 무기를 얻은 듯 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