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일등이'였던 배우 최성은의 '좋은 어른' 성장기가 돋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김민정 극본, 김성윤 연출)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로,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이태원 클라쓰', '구르미 그린 달빛', '연애의 발견' 등으로 섬세한 감성을 인정받은 김성윤 감독이, 극본은 '구르미 그린 달빛', '후아유-학교 2015'에 이어 세 번째로 김성윤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김민정 작가가 맡아 시너지를 선보였다.
최성은은 극중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윤아이를 연기하며 마술사 리을 역의 지창욱, 나일등 역의 황인엽과 함께 '희망'을 노래하며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안나라수마나라'는 8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공개 다음 날이던 7일에는 7위를 기록했으나, 이보다 3계단 상승하며 글로벌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플릭스 패트롤 기준)
최성은은 11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온라인을 통해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안나라수마나라'를 보냈다. 최성은은 "공개 한달 전쯤 작품을 봤는데, 그때 봤을 때와 사람들의 반응이 나오고 나서 보는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이제야 '안나라수마나라'를 끝내고 작품을 보내준다,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뮤직드라마다 보니 익숙지 않은 장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면이 있는 것 같지만, 저희가 원하는 바를 시청자들이 잘 느껴주실 때 보람찼다"는 소감을 밝혔다.
'안나라수마나라'는 2010년 공개됐던 하일권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이 때문에 원작을 사랑했던 팬들의 시선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최성은은 "확실히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원작 팬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걱정은 했는데, 크지 않았다. '이태원 클라쓰'를 하시고 김성윤 감독님이 제게 해주신 얘기도 있었고, 원작은 원작이고 최성은은 최성은이라면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을 많이 덜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래를 함께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최성은은 "제가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노래라는 것이 저에게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었기에 노래를 익숙해지게 만들고, 노래로서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을 터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주변 스태프들이 많이 도움을 줬고, 노래나 음악이 들어가는 장면을 준비할 때 다른 작품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러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극중 윤아이를 연기하는 모든 장면이 최성은에게 힐링을 선사하기도. 특히 어른이 된 윤아이가 어린 윤아이를 만나는 장면은 대본 상으로도 깊은 울림을 줬단다. 최성은은 "'너무 좋다'고 느꼈다. 많은 분들이 그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마주했을 때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장면을 보면서 저도 위로를 받았다"며 "제가 어릴 때의 저를 만난다면, '너 자신을 조금 더 믿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줄 것 같다. 응원의 말을 많이 해주지 않을까. 잘하고 있고, 또는 열심히 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응원을 많이 해줄 것 같고, 더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것 같다. 미래의 저에게 듣고 싶은 말도 이렇다"고 했다.
윤아이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아낸 최성은이지만, 본인에게는 엄격한 편. 최성은은 "제 자신에게 채찍직을 하는 편인 것 같다. 좋은 말보다는 충고라든지 조금 고쳤으면 좋을 지점이나 안 좋은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더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거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좋게 생각하려는 것보다는 확실히 내가 뭘 더 고쳐야 할지, 개선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 평소 생각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그랬기에 윤아이, 나일등, 그리고 리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던 것. 최성은은 "리을과 아이, 일등의 모습을 고루 갖고 있ㄷ었던 것 같다. 제 개인적인 과거를 돌이켜 보면, 조금은 일등이나 리을이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공부를 잘했다기 보다는 앞으로 게속해서 나아가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어린시절부터 있었다. 일등이의 아스팔트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장면에서도 나도 어린 시절부터 앞을 보고 계속해서 달려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이 같은 경우에는 현실에 부딪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실텐데, 물론 아이만큼 극심한 현실에 처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단 하기 싫은 것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조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도 되지 않겠냐는 것을 아이와 리을이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좋은 어른',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이에 최성은도 좋은 어른이 되는 방향을 떠올리게 됐다. 최성은은 "저도 처음으로 작품을 찍으며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했다. 정말 아이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들은 타인이나 주변 상황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순수함을 계속해서 갖고 살아가잖나. 자기 안에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꿈꾸는 그 마음과 타인과 주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순수한 눈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좋은 어른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까지 꾸게 됐다고. '괴물신예'라는 타이틀에도 흔들리지 않고 "저는 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던 최성은은 "요즘엔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시선이나 마음이 기본적으로 열려 있고,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오는 충족감, 기여감, 만족감 속에서 '아 내가 더 넓어지고 있구나'를 느끼는데, 그게 인간 최성으로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연기를 하는 최성은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살아간다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