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해 기적을 일으킨 선수가 있었다.
바로 LG 트윈스의 임찬규(30)였다. 140㎞를 넘기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던 임찬규는 시즌 중에 갑자기 구속이 오르는 신기한 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 시즌을 조금 늦게 시작했던 임찬규는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올라온 이후 갑자기 구속이 늘었다.
잠시가 아니었다. 시즌 내내 140㎞ 후반 대의 빠른 공을 뿌렸고, 최고 149㎞를 찍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찬규는 항상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다시 운동을 하는데 구속이 잘 나왔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아버지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혀왔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에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임찬규는 구속 향상에 대해 "항상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 하고 있다. 그 시기의 훈련 방법 등을 통해 몸 상태가 좋아졌고 전체적으로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시고 가신 거라 생각한다"라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말했다.
팀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뿌리는 고우석은 임찬규의 구속 상승이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볼 땐 과학적인 훈련을 많이 한 결과"라며 "찬규형이 드라이브라인 훈련 영상을 보고 두 달 가까이 거기에 매진한 모습을 직접 봤다. 찬규형은 왜 빨라졌지 하며 불안해 하던데 내가 볼 땐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어떤 운동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2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자율훈련 중인 임찬규는 "한달 반 정도 빨리 운동을 시작했다. 작년엔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는데 조금 오래 걸렸는데 올해는 회복기를 거쳐 빠르게 운동에 들어갈 수 있었고, 페이스를 스스로 조절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다"며 현재 순조롭게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연성이라고. 임찬규는 "작년에 유연성 운동을 중점을 두고 시즌을 준비했는데 구속이 올라오고 전체적으로 공이 좋아졌다"면서 "올시즌도 유연성 운동에 많은 중점을 두면서 파워를 늘리고 순간 스피드를 올리려고 하고 있다. 트리플 익스텐션(발목, 무릎, 골반의 관절 사용)에도 관심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빨라진 구속이 승리와 연결되지는 않았다. 17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만 거두고 8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87. 오히려 빨라진 구속에 적응을 못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속이 빨라지면서 다른 구종의 구속도 빨라졌는데 그러면서 그동안 던졌던 패턴이 잘 되지 않았던 것. 임찬규는 "구속이 올라가면서 체인지업도 구속이 올라왔는데 타자들의 직구 타이밍에 체인지업이 맞는 것을 느끼면서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지 못했다. 그래서 데이터분석팀과 미팅을 하면서 피칭 디자인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라고 구속에 맞는 변화를 예고했다.
임찬규는 올시즌 외국인 투수 2명에 이은 3선발, 국내 에이스로 나서게 된다. 빨라진 구속만큼 승리를 더 챙겨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투수 조장까지 맡은 만큼 책임감이 더 커진 임찬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