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병원들의 대리 수술 의혹이 잇달아 불거진 가운데 힘찬병원이 관절전문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간 시청이 가능한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의료계에 따르면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들이 대리 수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데 이어 광주의 척추전문병원에서도 간호조무사가 의사를 대신해 수술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대리 수술(유령수술)은 수술 시 환자의 동의 없이 의사를 바꾸거나 비의료인이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법 제27조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조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라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시켜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또한 의료업 정지, 개설 허가의 취소, 의료기관 폐쇄 등을 명령받고 의료인은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처럼 대리 수술의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심리적인 위축을 야기해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치료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설치와 개인정보 관리 등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발생 부담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자본력이 부족한 병원의 경우 CCTV를 설치, 운영하면 영상을 외부인이 해킹하거나 직원이 외부로 빼돌리는 것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인권을 보호하고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찬성의 목소리와 함께 해당 녹화 영상 속에 신체의 민감한 부분이 노출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있어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힘찬병원의 인천 분원인 부평힘찬병원(관절전문병원)이 "병원과 의사에 대한 지역 환자의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며 원내 수술실 6곳에 CCTV를 모두 설치,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CCTV를 설치한 몇몇 민간병원은 특정 수술실과 특정 수술에만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부평힘찬병원은 원하는 환자와 보호자에 한해 모든 관절, 척추수술에 대한 녹화 및 실시간 시청을 제공한다.
수술 시 내부 녹화와 동시에 보호자가 대기실에서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원화 시스템은 관절전문병원 가운데 첫 운영 사례다.
다만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지정된 보호자 1인만 지정된 장소에서 시청이 가능하며 CCTV 녹화는 환자 신체의 민감한 부분에 대한 노출을 막기 위해 수술 준비 이후 본 수술장면부터 진행한다. 녹화된 영상은 환자의 동의 하에 30일간만 보관한 뒤 폐기하게 된다.
병원에서 만난 수술환자의 보호자 A씨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했는데 수술장면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안심이 되고, 믿음이 간다"면서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다른 병원으로도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수술실 CCTV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지만 현재 인천 지역에서는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이에 따라 경영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안정감을 얻고 병원과 의사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술실 CCTV 설치시 의료진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서 병원장은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내부적인 논의와 합의를 통해 의료진들의 동의를 얻어 시작했다"며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병원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 더 떳떳하게 수술을 할 수 있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 과정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치료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면서 "CCTV 설치를 계기로 환자들에게 보다 믿음을 줄 수 있는 병원과 의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힘찬병원은 향후 내부 의사들의 입장과 의견을 청취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의 만족도를 파악한 뒤 목동, 창원 등 다른 지역 분원에서의 순차적인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