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가을야구는 1경기로 끝이 났다. 시즌 전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선수들의 커리어하이 활약에도 프런트 행보는 역주행과 같았다.
키움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3대4로 패했다. 5위로 시즌을 마친 키움에 반전은 없었다. 우승 적기에서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새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과 손을 잡고 '우승'을 외쳤다. 2018시즌 4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업셋' 시리즈를 완성했다.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선 접전 끝에 패했다. 젊은 선수들의 가을야구 경험은 큰 수확이었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안우진 이승호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거침 없었다.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또 한 번 상위 팀(SK)을 꺾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두산 베어스에 4연패로 무너졌으나, 키움의 저력은 확인했다. KBO 시상식에선 투수 김상수가 홀드상(40개), 박병호가 홈런상(33개), 제리 샌즈가 타점상(113개), 김하성이 득점상(112개)을 수상하는 등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장정석 전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과감한 불펜 운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오프시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들렸다.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장 전 감독의 재계약이 유력했다. 하지만 돌연 태도를 바꾼 키움은 손 혁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허 민 이사회 의장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키움의 선수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트레이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고, 손 감독은 착실히 새 불펜진을 꾸렸다. 부상 선수 속출에도 꾸준히 2~3위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손 감독은 선수들과 격 없이 지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키움은 막판 승부처에서 무너졌다. 12경기를 남긴 10월 초, 키움은 손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고위층의 지나친 현장 간섭으로 인한 사실상의 경질이었다. 3위에서 한창 순위 싸움을 하고 있던 시점. 키움은 또 한 번 문제의 구단으로 낙인찍혔다. 선수들은 "우리는 프로다"며 마음을 다 잡았지만, 결국 순위 싸움에서 미끄러졌다. 최종전 패배로 시즌을 5위로 마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작했고, 한 경기로 승부는 결정났다.
키움 구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키움은 지난해 타점왕에 오르고, 외야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제리 샌즈와 계약하지 못했다. 대신 선택한 외국인 선수는 테일러 모터로 총액 35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KBO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낮은 외국인 선수였다. 모터는 10경기(타율 1할1푼4리)만에 짐을 쌌다. 대신 영입한 '빅리거' 출신 에디슨 러셀도 65경기 타율 2할5푼4리, 2홈런으로 부진했다.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선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선수들의 성장과는 엇박자였다. 올해 주전 유격수 김하성은 타율 3할6리, 30홈런, 109타점으로 역대급 활약을 펼쳤다. 해외 진출을 앞둔 시점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정후도 15홈런으로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팀 성적은 기대 이하. 선발진이 아쉬웠고, 베테랑 박병호의 성적도 예년만 못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새 얼굴들도 첫 풀타임 시즌에 고전했다. 프런트 일로 시끄러워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그토록 외치던 '우승'에 닿기에는 한참 부족했다.잠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