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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나시티즌은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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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대전 하나시티즌은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팀이었다.

배고픈 시민구단의 대표였던 대전은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됐다. 한국축구계는 금융단 축구단의 부활에 환호했다. 금융단 축구팀은 그동안 한국축구의 지형을 바꿔왔다. 아마추어에 머물던 한국축구를 프로 형태로 바꾸며, 선수들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국축구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30년만에 다시 열린 금융단 축구팀의 시대, 화려한 창단식과 함께 문을 연 대전은 기대에 어울리는 행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런트를 새롭게 정비하고, 대대적 투자를 통해 안드레 루이스, 바이오, 에디뉴, 채프만, 김동준 서영재 박용지 등을 더하며 수준급 스쿼드를 만들었다. 청사진도 화려했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에서 경쟁하는 수준의 팀, '글로벌 명문구단'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기대와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우승 1순위라는 평가와 달리, 가까스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흐름이라면 우승은 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선수단을 든든하게 감싸줘야 할 프런트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결정된 조민국 감독대행 선임은 그 결정판이었다. '초대 감독'이었던 황선홍 감독의 불명예 퇴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후임 감독 선임이었다. 황 감독이 경질이었던, 사퇴였던, 그건 중요치 않다. 어찌됐건 '뉴 대전'의 첫 챕터였던 황선홍호는 실패했다. 첫 발을 잘못 내딛었다면, 그 방향을 다시 바꿔야 했다. 지금까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구단의 방향성을 결정할, 어찌보면 구단의 역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었다.

놀랍게도 대전의 선택은 '땜질'이었다. 강 철 감독 대행에 이어 또 한번의 대행 체제를 택했다. 강 철 대행은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당장 리그를 치러야 하는 대전은 계속해서 팀을 이끈 강 수석코치를 대행으로 선임해 시간을 벌 계획이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제주전 완패(0대2)로 꼬였다. 대전 관계자는 "강 철 대행이 지난 제주전을 마치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경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건냈다"고 했다. 대전은 지난 18일 조민국 전력강화실장을 전격적으로 감독대행 자리에 앉혔다. 조 대행은 황 감독이 물러난 후 전력강화실장으로 부임했다. 대전은 부인했지만, 부임할 때부터 '조 대행이 대전 차기 감독'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취재 결과, 조 대행은 전력강화실장에 남고 싶었지만, 구단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능력은 차치하고서, '조 대행이 대행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의구의 목소리가 크다. 일반적으로 대행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가 맡는다. 조 대행은 대전에 온 지 2주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K리그 감독직을 맡은 것은 거의 5년만인데다, K리그2는 처음이다. 조 대행이 아무리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대전은 플레이오프행의 기로에 있다. 한경기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무엇보다 연이어 임시 감독을 만나고 있는 선수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2연패는 그 결과다.

대전은 다소 독특한 프런트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축구의 레전드인 허정무 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축구 전문가들이 한축을, 하나은행금융에서 보낸 사람들이 다른 한축을 맡았다. 재정, 재무는 본사에서 맡고, 축구는 전문가들이 책임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전은 길을 잃었다. 선수 선발부터 감독 교체까지, 어느 하나 매끄럽지 않다. 이 배경을 두고 여러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러난 황 감독은 "나는 실패했지만, 대전은 실패하면 안된다"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대전을 향한 축구계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는 설명이 필요없다. 대전이 성공해야 더 많은 은행을 비롯해 기업들이 뛰어들 수 있고, 시도민구단들의 기업구단 전환도 가능해질 수 있다. 대전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많은 눈이 대전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