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장영남(48)이 연기 생활의 고민들을 털어놨다.
1995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같은 해 '목화 극단', 2006년 '골목길 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장영남은 배우의 길 외에는 꿈 꿔본 적 없는 '진짜 배우'다. 각종 영화에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고 감탄하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줬고, 드라마에서의 활약도 대단했다. MBC 단막극 '떠나요 삐삐롱 스타킹'(2003)을 시작으로, KBS2 '달자의 봄'(2007), MBC '달콤한 인생'(2008) 등에서 활약했고 MBC '해를 품은 달'(2012)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며 레전드 장면을 탄생시켰다. 이후 MBC '7급 공무원'(2013), MBC '왕은 사랑한다'(2017),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2018), SBS '시크릿 부티크'(2019), JTBC '나의 나라'(2019), SBS '아무도 모른다'(2020), MBC '그 남자의 기억법'(2020)까지 열일했고, 영화 '변신'에서도 소름 돋는 열연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최근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조용 극본, 박신우 연출)는 장영남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 장영남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완벽주의자 수간호사 박행자 역으로 시청자들을 속인 후 후반부 몰아치듯 고문영(서예지)의 모친 도희재로서 활약, 소름 돋는 열연을 펼쳤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최종회에서는 문강태(김수현), 고문영(서예지), 문상태(오정세)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문상태는 이날 문강태, 고문영과 함께 캠핑카 여행을 떠났다가 '작가'라는 자신의 길을 찾아 독립하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또 남주리는 새 인연인 이상인(김주헌)과 러브라인을 예고하며 박수를 받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최종회 7.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장영남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자아낸 작품.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장영남은 "다 그렇지 않나. 사실은 다 내 얘기를 하고 살 수는 없지 않나. 죽을 때 아무도 모르는 무덤에 갈 때 가져가는 비밀들 있지 않나. 당연히 그걸 보며 속고 속이는 세상인 거 같다. 아닌 척 괜찮은 척, 배 안고픈 척, 재미있는 척 하지 않나. 그런 것에 안괜찮은데 괜찮은 척도 포함이 돼있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거 같다. 그러면서 안괜찮다고만 말하고 다니면 주변에 불행해져서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영남은 "전 긍정과 부정을 왔다갔다한다. 자기학대도 심하고 '괜찮아, 이정도면 돼'하고 넘기는 것도 있다. 그게 늘 왔다갔다 하는 거 같다.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화내거나 뭐하는 것을 오래 담아두려고 하지는 않는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그러면 내가 피곤하고 피폐해진다. 되도록이면 그런 거는 피하는 편이다"고 밝혔다.
장영남은 "'괜찮은 정신병원' 같은 병원 생기면 좋겠다. '너도 안 괜찮냐, 나도 안 괜찮아'하는 솔직함이 있지 않나. 그런 점들이 너무 좋다"며 "남편은 오지왕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주로 친구한테 털어놓는 편이다. 친구한테 털어놓는 딱 한 사람이 있다. 참다 참다 나중에 말한다. 저는 갑갑한 스타일이다. 혼자 삭히는 편이다. 평소에는 많이 담아두는 편이다 보니 소리를 지르는 연기를 하니 해소가 되는 편이더라. 오히려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장영남은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26년차에 재발견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장영남은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인 것 같다. 너무 재미있는 순간이 길었다. 한 번 딱 나에 대해 고민하고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3~4년 있다.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젊을 때 왔으면 일어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 오다 보니 안 꺼내지고 못 올라오더라. 사경을 지내는 것처럼 힘들더라. 그래서 사실은 연기 안하고 이민이 가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이게 좋아서 이거만 생각하고 아무 특기 취미 없이 살았는데, '영남아 괜찮아'하면서 달려왔는데 결국엔 자꾸 내가 보이지 않는 뒷전, 뒷방 신세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장영남은 "고민이 많았던 거 같다. 내가 여태까지 연기가 잘못됐나 보다. 소통하려는 연기인데, 내가 소통하는 법을 모르고 일방적으로 연기를 했나 고민하다 보니까 '내 연기가 잘못됐고 이상해'하고 저를 바닥으로 내동댕이를 쳐버렸다. 연기를 하는데 자신감이 없는 거다. 어떤 걸 해도 너무 눈치가 보이고 이상하고 집중도 안되고 이상하더라. 나를 너무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랬는데 그동안 연기를 지치지 않은 적은 없었다는 거다. 연기를 그냥 안하고 다른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우연한 기회에 생각지도 않은 길에 작정하고 연기한 것도 아니고, 그런 순간에 이 캐릭터에 대해 대단히 이해도를 갖고 연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좋게 바라보시고 그런 것들이다. 이도 역시 지나갈 거다. 지나가는 중에 용기 내라고 힘내라고 단비를 주셨구나 싶다.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까 잘 봐주시고 보여지면 그거만큼 위대한 일은 없는 거 같다. 지나가는 길 중에 저에게 단비를 내려주셔서. 너무 좋다"고 밝혔다.
장영남은 또 "사실은 이것이 저의 인생에 대단히 큰 뭔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갈 길이, 오래 했음 좋겠다. 오늘 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나는 꾸준히 연기가 내 직업이니 꾸준히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잠깐 쉼을 주신 거 같다. '괜찮아'라고 해주신 거 같다. 시청자 분들도 좋게 봐주시고"라고 말했다.
이어 장영남은 "이제 엄마 역할을 안 할 수 없다. 숙명인 거다. 답답함이 아니라 갈증인 거다. 더 뭔가, 늘 모험하고 싶어하는데 어느 순간 내 스스로가 모험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도 있다. 사실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정체되는 것이 아닌데 정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런 순간들이 나를 가두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장영남은 앞으로도 노력과 모험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늘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걸 떠나서 깜냥이 돼야 하는 거니까. 자질이나 그런 게 있어야 하니까.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흔 둘에 늦둥이 아들을 낳았던 장영남은 이번엔 아들과 함께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시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들이 일곱살인데 봤다. '엄마 이제 나쁜 사람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엄마 이제 마녀야. 엄마 미워하면 안돼'이러니까 '괜찮아, 연기잖아' 이러더라. 신 하는 거 보다가 소리지르니까 나를 쳐다보더라. '엄마 미친 거 아니야?'하더라. '엄마 미쳤잖아'하고, 동화책 읽을 때 무서워하더라. 그림이 무서웠나 보더라. 그게 무서워하고 김수현 형을 실제로 보고 싶다고 얘기하고, 실제 저 배우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오정세 씨를 궁금해하더라. '상태형'이라고 하니까 '실제 이름은 뭐냐'고 궁금해하더라. '오정세 삼촌'이라고 했다. '엄마 오늘은 책으로 맞아서 실망했지. 엄마 미친거 아니냐'고 하니까 '엄마 미쳤다는 건 연기를 잘했다는 거야'하더라. 애들때문에 깜짝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영남은 "마냥 꿈을 꿀 수 있는 나이 아니냐. 본인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근데 더 많은 꿈을 키워보라고 했다. 본인이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위험하고 경찰은 도둑을 잡아서 가둬야 하는 것이 불쌍하다더라. '배우는 왜?'하니까 '멋있어서'그런다. 애가 뭐라도 하고 싶은 게 있는 게 좋은 거 같다. 그런 얘기라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장영남은 '대학로 이영애'라는 별명에 대해 "그건 제발 지워주셔야 한다. 아니라고 좀 써주셔야 한다. 이제는 없어져야 할 수식어다. 제가 왜 그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기분은 좋지만 아닐 수도 있다"며 "앞으로는 좀 그런 사람을 하고 싶다. 가만 보면 여태까지 제가 걸어온 루트가 방송에선 뭔가 좀 강렬한 임팩트, '해품달'도 얘기를 하시고 '사괜'도 '소름유발자'라고 하시지 않나. 그런데 앞으로는 자연스럽고 스펀지처럼 스며들 수 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임팩트도 좋지만, 그것도 하고 나면 너무 엄청난 희열이 있지 않나. 그렇긴 한데 제가 아직 해보지 못했던 소소하지만 자연스럽게 사람의 마음에 스며드는 캐릭터가 좋겠다 싶다. '늑대소년'에서의 순이 엄마가 좋았다. 나뭇잎 동동 떠가는 느낌으로 그냥 그런 거 너무 좋은 거 같다"고 밝혔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마친 장영남은 앞으로도 도전을 놓치지 않을 전망. 차기작을 검토하며 현대무용과 노래를 배울 예정이라는 장영남의 앞길에 기대가 쏠렸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