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강동원·이정현 보러 갔다가 서대위와 운전하는 소녀에게 반했다!"
개봉 5일만에 180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것은 물론, 동시기 개봉한 아시아 박스오피스 정상을 모두 탈환하며 코로나19 시대에도 폭발적인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 속 신선한 얼굴들이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빼앗았다. 전편인 '부산행'에서 공유의 딸 수안 역의 김수안, 노숙자 역의 최귀화, 희대의 악역 용석 역의 김의성 등 조연급 캐릭터들이 공유, 마동석, 정유미 등 스타 배우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은 모양새다.'반도'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을 모아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준이 역의 이레다. 극중 준은 폐허가 된 세상에서 공부보다 좀비들로부터 살아남은 법을 먼저 배운 아이로 하나뿐인 동생 유진과 엄마 민정을 살뜰히 챙기는 든든하고 시크한 장녀다. 특히 준은 뛰어난 운전 실력을 바탕으로 좀비를 자유자재로 따돌리며 카체이싱 액션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반도'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개봉 전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부산행'에 마동석이 있다면 '반도'에는 이레가 있다"던 연상호 감독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올해 나이 15살, 중학교 2학년인 이레는 '반도' 이전에도 많은 영화로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바 있는 아역계의 스타다. 특히 2013년 8살에 출연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에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소원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에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오빠 생각', '7년의 밤'과 드라마 '마녀의 법정',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에서 성인 못지않은 연기력과 풍부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극중 강동원, 이정현, 이레 일행과 대립각을 세우는 631부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단연 구교환이 연기한 서대위다. 서대위는 극중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이기적인 악행을 일삼는 무자비한 631부대의 구성원을 통제하는 지휘관으로 나약함과 잔인함을 오가는 인물이다. 예의 바른 듯 보이지만 지질해질 때는 한없이 지질해지고, 또 목표가 생기면 자신을 끝까지 믿고 따랐던 부하에게까지 주저 없이 총질을 하는 그의 모습은 오로지 정면만 보고 직진하는 극악무도하지만 다소 일차원적이고 정형적인 악역으로 그친 황중사(김민재)와 비교돼 더욱 돋보인다.서 대위 특유의 독특한 말투와 광기 어린 표정은 구교환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상업 영화 관객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구교환은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많은 팬들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낸 바 있는 '독립영화계 스타'다. 단편 영화 '거북이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서는 연출과 주연 배우로, 영화 '메기'에서는 프로듀싱과 주연 배우를 동시에 맡으며 다방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그는 2017년 개봉한 '꿈의 제인'으로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맡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과 제54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도'로 본격적으로 상업영화에 진출하며 발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반도'는 2017년 개봉해 천만관객을 불러모은 '부산행'의 속편으로,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IMAX를 비롯해 CGV 4DX, ScreenX, 4DX SCREEN(통합관), 롯데시네마 SUPER 4D 그리고 ATMOS까지 6포맷 특수관에서 상영중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