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수술을 받았는데 또 백내장이 생길 수 있나요?"
근심 가득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온 60대 여성 환자분의 첫마디다.
두어 달 전 수술을 받았는데 다시 시야가 흐려져, 혹시나 백내장이 재발한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며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진료를 하다보면, 백내장 수술을 받고 난 뒤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다시 찾는 환자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러다보면 수술이 잘못되었다고 오해를 하거나 혹은 왜 백내장이 재발하느냐 면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후발성 백내장'이라 부르는 수술 후 자연스럽게 발생 가능한 현상에 기인한다.
후발성 백내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백내장 수술의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백내장 수술의 원리는 초음파 기계로 뿌옇게 흐려진 생체 수정체를 제거한 후 깨끗한 인공수정체로 갈아 끼우는 것이다. 이 때 수정체를 둘러싸고 있는 주머니의 앞 쪽 (전낭)은 제거하지만 뒤쪽의 얇은 막(후낭)은 깨끗하게 청소한 후 그대로 남겨둔다. 이러한 후낭은 셀로판과 같은 얇은 막으로, 삽입된 인공수정체를 안전하게 지지하면서, 뒤에 있는 유리체나 망막이 앞으로 밀려나오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물리적 보호막 또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 후 시간이 흐르면서 후낭에 수정체섬유 또는 상피의 일부가 증식하게 되면 혼탁한 막이 형성되면서 시력을 다시 떨어뜨리게 된다. 백내장수술 후 잘 보이던 눈이 다시 점차 침침해진다고 느끼는 경우의 상당수가 이에 기인한다. 이러한 후발성 백내장은 발생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환자 스스로 예방하거나 막을 수 없다.
따라서 후발성 백내장은 백내장이 재발한 것이 아닌, 백내장 수술 후 자연스럽게 발생 가능한 현상 중 하나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백내장'이라는 명칭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백내장과 발생 원리가 다르며 치료 또한 비교적 간단하게 끝나므로 수술이 잘못되었다고 오해를 하거나 지나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후발성 백내장의 치료는 레이저로 혼탁해진 후낭을 제거하는 것이다. 통증 없이 외래에서 2~3분 이내에 간단하게 끝나며, 시술 후 다음 날이 되면 백내장 수술 직후처럼 선명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또한 재발하지 않으므로 한 번의 시술로 끝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수술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백내장 수술은 약 147만 6000건으로, 단일 질환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술 건수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이제 백내장 수술은 우리 일상에서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수술로 다가와 있으며, 특히 중장년층에서 노년기로 가는 과정에서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수술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백내장 수술이 늘어나는 만큼 자연스럽게 후발백내장 환자들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바, 백내장 수술 후 다시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흐려진다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오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후발 백내장 치료를 받고 밝은 시력을 되찾길 바란다.도움말=전주 온누리안과병원 양영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