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강동원(39)이 "'반도'를 선택하기까지 잘만든 '부산행' 속편을 만들 수 있을지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좀비 액션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 영화사레드피터 제작)에서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을 연기한 강동원. 그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반도'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반도'는 2016년 한국 영화 최초 좀비 장르에 도전,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폭발적인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K-좀비' 열풍의 서막을 연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이후 4년 만에 제작된 시퀄이다. '부산행'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진화된 캐릭터로 돌아온 '반도'는 'K-좀비'의 바이블이 된 '부산행'과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16, 연상호 감독)과 함께 '연니버스(연상호 감독+유니버스)'를 구축하며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특히 '부산행' 당시 뭉클한 부성애로 많은 사랑을 받은 주역 공유에 이어 '반도'에서는 강동원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발탁돼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동원은 4년 전 나라를 휩쓴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전직 군인으로 가족과 희망을 모두 반도에서 잃고 홍콩에서 무기력하게 삶을 사는 생존자 정석으로 '반도'의 전반을 이끈다. 고립된 반도에 다시 돌아온 뒤 들개처럼 살아남은 생존자 민정(이정현)과 그의 가족 준(이레), 유진(이예원), 김노인(권해효)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한 강동원. 깊고 섬세해진 감성뿐만 아니라 몸을 사라지 않는 거침없고 화려한 액션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강동원은 "평소 좀비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오컬트 영화를 좋아한다. 공포 영화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데 그동안 배우로서 좋아하는 장르만 한 것은 아니었다. 좀비물은 한 번 해보고 싶었고 '반도'를 만나게 됐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알겠더라. 왜 사람들이 좀비물을 열광하는지. 오컬트보다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느낌이 덜하지만 액션적인 요소가 더 많은 게 좀비물이었다. 좀 더 상업적인 느낌도 있고 그래서 관객이 좋아하는 것 같다. 좀비 영화를 찍으면서 좀비물을 좋아하게 됐다. '반도'는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는 영화는 아니다. 현실 세계와 맞닿은 느낌도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연상호 감독이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남을 갖게 됐다. 당시 '부산행' 속편을 준비 중이라는 정보를 미리 접하고 갔다. 처음에는 '반도'가 '부산행' 속편이라고 해서 배우로서 크게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더라. 물론 '반도'가 '부산행' 속편이긴 하지만 '부산행'과 또 다른 신선하고 궁금한 지점이 있었다. '부산행'과 비슷한 스타일이면 배우로서 호기심이 떨어지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또 연상호 감독 만나 이야기를 하니 재미있더라. 연상호 감독에 대해 궁금했다. 촬영 현장이 항상 빨리 끝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지점이 가장 궁금했다. 그날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았던 지점은 본인은 스태프를 힘들게 하면서 영화를 찍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좋은 영화를 찍고 싶지만 좋은 영화를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건 싫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점과 비슷한 지점도 있었다. 연상호 감독이 공유해준 '반도'의 비주얼적인 요소들이 이미 확고한 상태였다. '부산행'과 차별화된 괜찮은 속편이 나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속편은 전편보다 더 나은 속편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의 '부산행'을 좋아해준 분들을 어떻게 만족시킬지가 큰 부담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 부담감이 해소가 됐고 연상호 감독과 비주얼적인 부분을 공유하면서 작품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2020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 등이 출연했고 '부산행' '염력'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