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150㎞ 좌완 파이어볼러. 한화 이글스의 김범수가 오랜 숙성 끝에 마침내 밝게 빛났다.
김범수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4차전에 선발등판,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뒤 한화가 1점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한화가 역전패하며 시즌 3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2015년 신인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범수는 오랫동안 파이어볼러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으로 눈에 띄는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4일(13일 서스펜디드게임) 한화의 18연패를 끊을 주인공으로 지목됐고, 3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역투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후 최원호 감독대행은 김범수를 선발투수로 발탁하고, '김범수와 김민우는 한화 선발진의 미래'라고 선포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최 대행은 "선발투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김범수가 요즘 잘해주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범수가 2군에 내려왔을 당시 투구밸런스에 대한 상세한 조언을 건네 그를 바꿔놓은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최 대행은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슬라이드스텝으로 하고 싶은데, 주자 신경쓰느라 밸런스가 안 맞는다고 하더라. 제가 알고 있는 이론적인 지식을 전달해줬다. 도움이 됐다고 하니 내가 더 고맙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김범수는 최고 151㎞에 달하는 폭발적인 직구와 141㎞까지 나온 고속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여러차례의 실점 위기를 극복해냈다. 3자범퇴는 1회 한번 뿐이었다. 2회부터 두산의 맹공이 시작됐다. 하지만 2회 2사 1, 2루, 3회 무사 1, 2루, 5회 2사 1, 3루의 위기를 침착하게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한화가 6회초 김태균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내며 김범수에게 시즌 3승 기회가 왔다. 6회말 김범수도 2사 후 허경민에게 빗맞은 2루타를 허용해 또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오재원을 헛스윙 삼진처리하며 실점 없이 6회를 마쳤다. 마지막 103개째 공은 진심이 담긴 150㎞ 직구였다. 최종 기록은 6이닝 무실점, 4안타 4볼넷 4삼진의 호투였다.
이로써 김범수는 지난달 25일 삼성 라이온즈 전(6이닝 2실점)에 이은 2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7이닝 1실점으로 쾌투한 '다승 공동 1위(7승)' 알칸타라와의 '명품 강속구' 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김범수는 한화가 8회 최주환의 동점타, 9회 박세혁의 끝내기 홈런을 허용함에 따라 시즌 3승에는 실패했다.
승리자는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린 박세혁이었지만, 이날 피칭으로 김범수는 한화의 선발 믿을맨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